쿠데타 나흘째, 방콕시민들 군부퇴진 요구 시위

25일 오전 11시께 태국 방콕 쇼핑몰이 모여있는 라차프라송 거리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사흘 전 쿠데타를 감행한 군부가 내린 시위 금지 명령의 서슬이 퍼런 가운데 아마린 쇼핑센터 앞에서 시민 200여명이 군인 70여명과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겟 아웃'(Get out. 나가) '억빠이'(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군부 퇴진을 요구하고 있었다. 교통이 통제돼 도로에는 차량들이 없었으며, 연도와 고가에 시민들이 모여 시위대와 병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구경하던 시민들은 같이 '겟 아웃'을 외치거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최신 유행과 호사스러움을 자랑하는 대형 쇼핑몰들이 몰려있는 라차프라송 거리는 지난 2010년 이른바 '레드셔츠'들이 2개월 이상 점거 시위를 벌이다 군인들과 충돌해 90여명이 숨지고 1천700여명이 다쳤던 곳이다.


군부가 쿠데타를 감행한 이틀날인 23일만 해도 이 쇼핑가에서는 군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으나 시민들이 사흘째 시내 곳곳에서 반 쿠데타 시위를 벌이면서 병력이 배치됐다.

병사들은 시위대와 승강이를 벌이다 시위대가 불어나자 인파에 밀려 잠시 철수하기도 했다. 군인들은 곧 다시 나타나 고가와 지상 전철로 올라가는 통로를 막았다.

아마린 쇼핑센터와 가까운 지상 전철 칫롬, 프런칫 역은 일시 폐쇄됐다. 시민들이 시위대에 합류하기 위해 몰려들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시위대 일부가 체포됐다는 소식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자 시위자가 많아졌다.

이날 모인 시위자들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이른바 '레드셔츠'가 아니었으며, 군부를 지지하는 '옐로셔츠'는 더더구나 아니었다.

이들은 '군사정권 물러나라'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으며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군부가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고 규탄했다.

한 시위자는 "무섭지 않다. 그들은 어리석다"고 외치기도 했다.

워나이 마니짜(38. 상인)씨는 "누가 나오라고 해서가 아니고 자발적으로 왔다. 나는 레드가 아니다"며 "군부는 우리에게 권리와 민주주의를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위는 1시간 반 가량 진행되다 중단됐다. 시민들은 지상철이 두 역을 무정차 통과하고 택시를 타지 못하자 2개 정거장을 걸어가야 했다.

낍 까니오(회사원)씨는 "오후 10시면 통금인데 어두워지면 시위가 또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제발 유혈사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털어놓았다.

앙꾼 홍까나누깨우 까셋삿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은 온라인을 통해 여론이 활성화됨에 따라 새로운 정치집단이 많이 생기고 있고, 이들은 정치에 대해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며 "굳이 레드셔츠가 아니라도 이번 쿠데타에 저항하는 집단이 나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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