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의 잇따른 파격 행보

이스라엘 안 거치고 팔' 영토 방문…분리장벽 앞에서 기도

첫 중동 순방길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잇따른 파격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요르단 방문을 시작으로 3일간 중동을 찾은 교황의 눈에 띄는 활동은 팔레스타인에서 두드러졌다.

교황은 요르단 방문을 마친 다음 날 25일 오전 헬기를 이용해 팔레스타인 영토인 베들레헴에 도착했다. 전임 교황들과 달리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거치지 않고 서안지구에 바로 진입한 것이다.

이번 행보는 팔레스타인이 독립 국가임을 교황이 인정한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들어가려면 통상 이스라엘 영토를 거치거나 요르단 국경에서 이스라엘군의 검문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교황은 헬기를 타고 요르단 암만에서 베들레헴으로 직행하면서 이스라엘 국경이나 검문소를 지날 필요가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황은 베들레헴 간이헬기 착륙장에 도착하고 나서 공개 미사 장소인 구유광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갑자기 분리 장벽 앞에서 자신의 탑승 차량을 멈춰 세웠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교황은 곧바로 흰색 오픈카에서 내려 5분간 장벽 앞에서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이 벽에는 '팔레스타인에 평화를'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분리 장벽은 이스라엘에 국가 안보를 상징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점령의 산물'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인들은 교황이 장벽 앞에서 기도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과 쇼설 네트워크에 올리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상원 의원인 무스타파 알바르구티는 "교황이 장벽 앞에서 기도하는 장면은 세계에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대한 반대 이미지를 영원히 남기게 될 것"이라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말했다.

교황은 또 구유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한 다음에는 현지의 가난한 기독교인 가족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중동의 고위 성직자나 정치 지도자, 유명인 등과 식사하는 대신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과 자리를 많이 가지려고 했다.

베들레헴에 오기 전에도 교황은 이전 교황과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요르단에 도착하고 나서 교황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의 만찬 초대를 사양한 대신 시리아 난민들과 함께했다.

요르단의 시리아 난민촌을 방문해서는 3년 가까이 지속한 시리아 유혈사태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국제 사회의 도움도 요청했다.

아울러 교황은 비록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이번 중동 방문이 '기도하는 자의 성지순례'인 만큼 방탄차 대신 무개차와 일반 차량을 이용했다.

앞서 교황은 이번 순례에 '이교도' 친구 2명과 동행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이는 종교 간 대화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교황의 공식 대표단에 다른 종교를 가진 인물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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