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한국전 실종 미군 '63년 러브스토리' 소개

메모리얼데이 행사서…故 조지프 갠트 중사 부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의 현충일과 같은 미국의 메모리얼데이 행사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실종돼 63년 만에 귀환한 한 병사 부부의 '러브 스토리'를 소개했다.

메모리얼데이는 군 복무 중 숨진 모든 미국 군인을 기리는 날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인근의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나서 연설하면서 클래라 갠트(여·96)씨와 남편 고 조지프 갠트 중사의 사연을 특별히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몰자 배우자의 사랑에서도 우리는 힘을 느낀다. 갠트 중사가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열차에서 클래라 에드워즈를 처음 만났을 당시 그는 젊었지만, 이미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었다"고 말문을 꺼냈다.

그러면서 2년간 끈질기게 유혹한 끝에 마침내 클래라의 결혼 승낙을 얻어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프는 (전쟁 중인) 한국에 배치됐고 젊은 아내에게 자기가 돌아오지 않으면 재혼하라고 했으나 클래라는 '노'(no)라고 말했다"며 "클래라는 남편이 자신에게서 '예스'(yes)라는 말을 너무 어렵게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남편을 2년이나 기다리게 해 결혼을 허락한 만큼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 자기도 남편이 귀가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프가 실종되자 클래라는 기다렸다. 무려 63년을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 우리(미국 정부)는 모든 전쟁에서 실종된 병사를 귀환시키려 노력했다"며 "지난해 12월 조지프의 유해가 결국 확인돼 영면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클래라는 63년간 절대 재혼하지 않았고 이제 96세가 됐다"며 "남편의 귀환을 맞으려 끝까지 집을 지켰다"고 부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행사장에 있던 클래라를 가리키자 참석자들은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를 엮어낸 클래라에게 박수를 보냈다.

갠트 중사의 사연은 지난해 12월 로스앤젤레스 지역 방송에도 소개된 바 있다.

그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군우리 전투에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혔고 포로수용소에서 1951년 사망했다.

하와이에 본부를 둔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합동조사본부'는 북한, 베트남 등지에 묻힌 미군 전사자 유해를 꾸준히 발굴해 미국으로 귀환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직접 나와 성조기가 덮인 갠트의 관을 맞이한 클래라는 "이제야 편히 눈을 감게 됐다. 남편이 집에 돌아와서 기쁘고, 내가 살아 있을 때 돌아와 더 기쁘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지역 방송은 1946년 텍사스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오는 열차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둘은 1948년 결혼했으며 1924년생인 갠트 중사는 1942년 육군에 입대해 2차 세계대전 때 남태평양 전선에서 싸워 많은 훈장을 탔다고 전했다.

갠트 중사의 유해는 로스앤젤레스 인근 잉글우드에 안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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