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10대 자매 성폭행·교살 사건에 '분노'

인도 사회가 10대 사촌 자매 집단 성폭행 및 교살 사건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유가족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언론도 이번 사건을 잇달아 보도하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밤(현지시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도 러크나우에서 300km 떨어진 바다운 지역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집안에 화장실이 없어 들판에 용변을 보러 나간 14, 15세 사촌 자매가 마을 남성들에게 성폭행당한 뒤 나무에 매달려 있다가 결국 숨진 사건이다.

지금까지 용의자 5명이 체포됐다. 형제 사이인 남성 2명을 비롯한 3명은 집단 성폭행 및 예비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종범인 경찰관 2명은 피해자측 신고를 받고도 미적거려 나무에 매달린 소녀들을 살릴 수 있었음에도 때를 놓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경찰관 2명은 피해자들이 인도 카스트(계급) 최하층인 불가촉천민이란 이유로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성폭행을 저지른 남성 3명은 상위 카스트에 속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위 카스트 남성이 하위 카스트 여성, 특히 불가촉천민 여성을 성폭행하는 사건은 인도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TV 채널인 NDTV는 사건 발생 이후 시신을 나무에 그대로 둔 채 반발하는 피해자측 상황을 보도하면서 현장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피해 소녀 중 한 명의 아버지는 NDTV에 "그들은 내 딸을 교살했다. 그들도 같은 방식으로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 주정부 경찰이 범인들과 한 통속이며 주정부도 믿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도 가세했다. 피해자 거주 마을의 한 주민은 "내가 사건과 관련해 진술한 것을 경찰이 바꾸라고 압력을 가해왔다"고 폭로했다.

국민회의당(INC) 등 야당도 사건현장을 찾는 등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이에 주정부측은 인도 중앙수사국(CBI)에 사건수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한 특별법원 설치도 약속했다.

이번 사건은 전국적 관심을 촉발한 2012년 12월 수도 뉴델리 버스 성폭행 사건 이후에도 성범죄가 이어지는 가운데 발생했다.

당시 뉴델리에선 20대 여대생이 심야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남성 6명에게 성폭행당한 뒤 신체상해를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사망했다.

이 때문에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잇따라 일어났고 정치권은 형법을 개정해 성폭행 처벌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여성을 경시하는 사회적 관습 등으로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버스 성폭행 피해자의 경우 상위 카스트에 속해 전국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나 이번 피해자는 불가촉천민이어서 당시만큼 관심을 촉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버스 성폭행 사건 당시에는 도시 중산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쟁점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구 12억명의 인도에선 정부 통계상 22분마다 성폭행이 발생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측은 성폭행 피해자들이 수치심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실제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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