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核도미노' 발언에 美외교가 예민한 반응

中겨냥 메시지 분석속 일부 비확산전문가들 '日핵무장' 경계론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주변국들에 독자적 핵무장의 명분을 제공해 핵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 발언에 워싱턴 외교가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렇찮아도 일본과 한국이 일정시점에 가면 독자적인 핵무기 보유를 추진할 지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가 온존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핵 도미노'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비확산·군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장과 북한의 핵위협으로 대변되는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한 흐름 속에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미국 정보소식지인 '넬슨 리포트'에 기고한 글에서 "만일 동북아의 핵도미노가 시작된다면 미국이 지난 60년 넘게 구축해온 동아시아 동맹체제가 종식되고 국제비확산 체제도 종언을 고할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박 대통령의 엄중한 예언이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폴락 연구원은 이어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중국을 겨냥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핵 도미노 현상을 자국의 핵심이익을 해치는 것으로 보는 만큼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 중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릴 킴볼 미국 군축협회(ACA) 사무총장은 "미국은 과거 한국과 대만이 핵무장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며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핵무기를 원한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일본 사람들이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의 자카리 켁 부편집장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 핵도미노를 일으킬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과 일본은 국제적 평판이나 미국과의 동맹관계 등을 고려하면 핵무기 보유에 따른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처럼 국제경제에 깊숙이 통합된 국가들은 외부세계와 단절돼 살 수 없다"며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응해 재래식 군사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핵도미노 현상을 촉발할 것 같지 않지만 중국의 점증하는 군사능력과 패권주의적 외교행태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중국의 재래식 군비확장 추세를 감안해볼 때 일본에게는 핵무장이 갈수록 매력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올해 들어 워싱턴의 일부 비확산·군축 전문가들은 최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일정시점에서 핵보유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미국의 핵우산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지만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한 흐름과 미국의 군사력 쇠퇴 속에서 독자적 핵보유를 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외교정책구상(FPI)의 로버트 자라테 정책국장은 이달초 '프로젝트 2049 연구소'를 통해 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핵무장한 적국들의 위협에 맞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연극 등에서 절망적인 상황을 해결해주는 사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라테 국장은 특히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지난해 4월 한 강연에서 "북한이 계속 핵보유를 고집한다면 한국도 이 옵션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발언한 것과 칸 나오토 전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기자들에게 "일본 내에서는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언급한 사실을 소개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 추구는 양국간의 감정악화로 인해 더 심화될 것"이라며 "사실 많은 관측통들은 한국과 일본이 핵탄두와 운반체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 경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하고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면 이것은 미국의 군사적 능력과 역내 영향력의 쇠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데이비드 산타로 퍼시픽 포럼 CSIS 연구원은 지난 2월 "미국은 지역정치보다 비확산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며 "일본과 한국이 핵무장을 추구한다면 미국은 이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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