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찰청은 작년 9월부터 운전면허를 새로 취득하거나 갱신하는 조선적 보유자의 면허증 집적회로(IC) 칩에 들어가는 개인정보 가운데 본적란에 조선 대신 북한이라고 표기하도록 일선 경찰에 지시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의 개정에 따라 국적 표기를 일본 외무성에서 사용하는 국명과 통일하도록 했는데 여기에 조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재일 외국인의 면허 정보의 본적란에는 주민표의 국적이 기재됐으며 이에 따라 조선적 보유자의 본적란에는 조선이라는 표기가 인정됐다.
바뀐 조치에 당사자들은 당혹감을 표현하고 있다.
조선적은 해방 후 일본에 살고 있던 재일 조선인 가운데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았고 일본에도 귀화하지 않은 이들에게 일본 정부가 편의상 부여한 분류 표기이며 조선적 자체가 북한 국적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적을 선택한 이들은 법률상 무국적자로 간주돼 외국을 여행하려면 재입국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히로시마시에서 트럭 운전사로 일하는 한 남성(52)은 작년 9월 면허를 갱신하는 과정에서 본적 표기가 조선에서 북한으로 바뀐 것을 보고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일본 경찰은 그에게 다음날 조선이라고 기재된 면허증을 다시 발급해줬다.
비슷한 소동은 곳곳에서 반복됐다.
도쿄신문은 경찰청이 조선을 북한으로 바꿔 표기하게 한 것은 엄청난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조선적을 지니고 사는 이들이 모두 북한이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에 공감하는 것이 아니며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조국의 분단을 인정하는 것으로 생각해 조선적을 고집하는 예도 있다고 설명했다.
면허증의 본적이 조선에서 북한으로 바뀌는 사건을 겪은 한 대학생은 "일본에서는 이웃에 사는 재일 조선인의 존재에 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며 "(일반인이) 조선적을 모르는 것을 별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설마 국가가 면허증 분류까지 착오를 일으킬 줄은 몰랐다"고 언급했다.
일본 경찰청은 논란이 커지자 기존과 마찬가지로 조선적 보유자는 본적에 조선으로 표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