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에 죽고 싶었다"

각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도쿄서 릴레이 증언

"내가 더는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에 죽고 싶었습니다."

각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2일 도쿄에서 전쟁 중의 경험을 증언하며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각국 단체, 피해자,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중의원 제1회관에서 열린 '제12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에서 고통으로 뒤섞인 기억을 풀어놓았다.

필리핀 출신 에스텔리타 바스바뇨 디(84) 씨는 일본군이 자신의 머리채와 팔을 붙잡아 트럭에 태우고 갔으며 차 안에 이미 복수의 여성이 타고 있었다고 납치당하다시피 한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일본군 병사가 자신의 머리를 탁자에 찧었고 여러 명의 병사에게 "강간당하는" 상황을 반복해 겪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강제 연행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관해서는 "완전히 거짓말이다. 내가 바로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네시아 출신 스리 수칸티 씨는 9살 때 일본군에게 끌려간 일에 관해 얘기를 시작했으나 설움이 북받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동석한 한 활동가는 일본군이 그를 인형 다루듯이 했고 끔찍한 일을 겪은 후 한 달 이상 치료해야 할 정도로 심한 출혈을 겪어 아기도 낳지 못하게 됐다고 수칸티 씨의 말을 대신 전했다.

한국인 이용수(86) 씨는 밤중에 집으로 찾아온 일본군에게 끌려간 경위와 일본군 방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가 전기고문을 비롯한 각종 고초를 겪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내가 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 대사관 앞에서 배상과 사죄를 요구해야 하느냐. 일본이 찾아와서 사과해야 한다"고 억울한 마음을 토로했다.

동티모르의 한 활동가는 2차대전 말기 일본군의 동티모르 점령 과정에서 많은 젊은 여성이 "성 노예"로 끌려가 고통받았다며 이들 피해자가 지금도 겪는 사회적 차별, 건강문제, 생활고를 극복하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중의원 회관에는 한국,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등 17개국 외교관이 출석해 피해자의 증언에 귀를 기울였다.

연대회의 측은 일본 정부에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일본 정부 및 일본군의 개입을 인정하고 배상과 사죄 등 조치를 조속히 취하라고 요구하는 제언을 마련했다.

또 1993년 고노담화 발표 후 발견된 일본군 위안부 관련 공문서 등 자료 529점을 일본 정부에 제출해 '정부가 발견한 자료 가운데 군이나 관헌에 의한 강제 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정부 답변의 철회를 요구하기로 했다.

연대회의 참가자는 이날 앞서 중의원 회관 앞에서 고노담화를 부정하려는 시도를 규탄하고 일본 정부의 배상을 요구하는 집회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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