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원의 깨톡]기성용이 쓰러졌다! 범인을 찾아라!

대표팀 뒤늦은 황열병 예방접종 후유증 의심

월드컵 출전 역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하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장도에 올랐습니다. 앞으로 한 달간 이들과 함께 미국과 브라질을 누비는 동안 미처 기사에 싣지 못한 소소한 이야기를 [홍명보호의 깨알 같은 이야기, 오해원의 깨톡(TALK)]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지난 3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 축구장.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최종 전지훈련장에 선수들이 탑승한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취재진과 인터뷰를 위해 미리 훈련장에 도착한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을 제외한 22명의 선수가 보였어야 하지만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골키퍼 이범영(부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표팀 소집 후 3주 만에 완성된 '원 팀'도 2일 만에 다시 무너졌습니다.

훈련에 정상 참가했던 이청용(볼턴)과 이용(울산)도 막판 강도 높은 미니게임에는 제외돼 긴 팔 상의와 하의를 챙겨입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공개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이 공개된 이들 외에도 훈련장에서 확인한 선수들의 표정도 어딘가 썩 밝지 않았습니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들이 마이애미 이동 후 급격한 환경 변화와 최근 수일째 계속된 강도 높은 훈련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컨디션 관리가 힘들었다"고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 사이에는 선수들의 늦은 황열병 예방접종 후유증이라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왜냐하면 선수들이 겪고 있는 증상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에 유행한다는 황열병은 예방접종이 필수입니다. 황열병이 유행하는 지역에 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출국 10일 전에는 예방접종을 마쳐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외교부의 권고가 있었습니다. 특히 대표팀의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릴 쿠이아바가 황열병 유행지역이라 무조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부분 취재진은 이 조언에 따라 대부분 접종을 마쳤습니다. 저 역시 출국 전 국립의료원에서 접종을 받았고,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예방접종 후 최대 10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오한 등의 후유증이 뒤따르지만 2, 3일 정도 안정을 취하면 체내 항체가 생성되며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주사 후 무리하게 몸을 쓰는 행동을 피하라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황열병 예방접종의 여파였는지 몰라도 한동안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대표팀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고열과 오한 등 감기증세에 시달렸다는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누구는 주사를 맞고 그날 밤부터 열이 올랐다거나 또 누구는 주사를 맞고 수일 뒤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후유증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체질에 따라 체내 황열병 항체 생성 시기가 다른 만큼 해외 출장을 앞두고 일찍 예방접종을 한 것이 다행이라는 점은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출국 하루 전에야 부랴부랴 예방접종을 맞았습니다. WHO와 외교부의 권고를 무시할 의도는 아니었을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대한축구협회의 대처가 분명 늦었습니다. 지난달 12일 소집 후 파주NFC에서 훈련하던 선수들에게 미리 예방접종을 했더라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선수들의 예방접종 후유증도 일찌감치 경험하고 지났을 수도 있습니다.

일부 선수들이 호소하는 가벼운 감기 증상이 황열병 후유증이라면 개인적으로 선수들이 하루빨리 이 증상을 호소하길 바랍니다. 대회 개막을 임박해 선수들이 단체로 황열병 후유증에 시달리기라도 한다면 월드컵 출전 역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의 꿈은 무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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