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세월호·단일화·자녀'…진보 '싹쓸이' 교육감 3제

서울 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한 조희연 진보 단일후보.
4일 실시된 교육감 선거는 진보 진영의 압승으로 끝났다. 전국 17개 지역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은 무려 13곳을 휩쓸었다.

서울 교육감 선거에서 조희연 진보 단일후보는 보수 성향의 고승덕, 문용린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인천과 경기 교육감에도 진보 성향의 이청연, 이재정 후보가 당선을 사실상 확정지으며 수도권을 진보 성향 후보들이 싹쓸이했다.

여권의 텃밭인 PK(부산. 경남) 지역 교육감도 진보 성향 김석준, 박종훈 후보가 차지했다.

충북 김병우, 충남 김지철, 세종 최교진, 광주 장휘국, 전북 김승환, 전남 장만채, 강원 민병희, 제주 이석문 당선자도 모두 진보 성향이다.

보수 성향의 당선자는 대구 우동기, 경북 이영우, 울산 김복만 등 여권 안방에서 출마한 3명의 현 교육감들 뿐이다. 그나마도 경북은 진보 성향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 대전 설동호 당선자는 중도 성향이다.


교육계는 진보 진영의 동반 약진과 보수 진영의 몰락을 이변으로 받아들이며 원인 분석에 한창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세월호 참사'가 꼽힌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학생들이었다는 점에서 '세월호 사태'는 교육감 선거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학부모 유권자들은 그 어느 교육감 선거 때보다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후보들의 정책에 집중했다. 보수 성향 후보들의 입시 중심의 경쟁과 수월성 교육보다 협력과 평준화 교육에 귀를 기울인 결과로 풀이된다.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도 주된 요인이었다. 보수 진영은 후보 난립으로 표가 분산된 반면, 진보 진영은 대다수 지역에서 단일화를 이뤄내며 표를 결집시켰다.

서울교육감 조희연 당선자의 득표율은 39.2%(5일 06시40분 현재)로 2, 3위를 차지한 보수 성향 고승덕(23.6%), 문용린(31.2%), 이상면 후보(6.0%)를 합친 득표율 60.8%에 21.6%포인트나 뒤진다. 만약 보수 진영도 후보를 단일화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경기교육감 선거 역시 이재정 당선자가 진보 단일후보였지만 보수에서는 김광래, 조전혁, 최준혁 등 3명의 후보가 나섰다.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이희범 사무총장은 "선거 구도 자체가 보수진영에 불리했다. 진보와 보수가 각각 35%씩 고정표를 갖고 있다고 전제했을 때, 보수진영에서 그렇게 후보를 많이 내고도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망상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단 한 곳도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보수 진영은 이번에도 대구, 강원, 경남 등 단 3개 지역에서만 단일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단일화 지역에서도 보수의 안방인 대구에서만 이겼을 뿐 강원과 경남은 진보에 내줬다.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교육희망네트워크 권혜진 집행위원장은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이 무상급식 등 교육현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을 유권자들이 지켜봤다"며 "보수 교육감을 갖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던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우리도 한번'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자녀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강해진 상황에서 후보 자녀들의 돌출 발언이 판세를 뒤엎을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기도 했다.

고승덕 후보. (사진=박종민 기자)
서울교육감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고승덕 후보는 선거 직전 딸인 희경씨(영어명 캔디고)가 SNS에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을 올리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현역 교육감인 문용린 후보도 이 글을 공작한 배후로 지목되면서 함께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반면 조희연 후보는 둘째 아들 성훈 군이 포털에 올린 아버지에 대한 지지글이 네티즌들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한국사회연구소 김갑수 대표는 "교육감 선거는 로열티 있는 유권자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의 싸움인데 당초 조희연 후보의 선거운동은 지지부진했다"며 "그런데 고승덕 후보의 가족사 문제가 돌출해 조 후보가 진보 단일후보임이 부각되면서 진보표와 부동표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후보의 번호가 사라지고 투표용지의 후보자 순서가 선거구 마다 달라지는 교호순번제가 이번 교육감 선거부터 도입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1번을 찍었던 보수층 유권자들이 보수 성향 후보를 찾기 힘들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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