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1위' 두산 타자들이 본 '타고투저' 원인은?

'팀 타율 3할의 힘' 올 시즌 두산은 역대급 타고투저 속에 팀 타율 3할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리그 최강 1번으로 꼽히는 민병헌(왼쪽)과 베테랑 홍성흔.(자료사진=두산)
타고투저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역대 최고 타율과 득점, 평균자책점(ERA)을 찍을 기세다.

5일 현재 9개 팀 타율은 2할8푼8리로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역대 최고였던 1999년(.276)을 훌쩍 넘고 있다. 경기당 득점도 11.4점으로 1999년(9.57점)을 능가하고, 리그 ERA는 5.26으로 역시 가장 높았던 1999년(4.98)에 넘을 기세다.

여러 가지 원인이 꼽힌다. 외국인 타자의 가세와 좁아진 스트라이크존, 낮아진 마운드, 공의 반발력 증가 등이다.

그렇다면 타자들이 본 타고투저의 원인은 무엇일까. 특히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간판 타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타자 힘 좋아지고 투수 패턴 갈수록 어려워져"

두산은 역대급 타고투저 시대에서도 눈에 띈다. 9개 팀 중 유일한 팀 타율 3할(.307)이다. 9명 주전 중 3할 이상이 7명이나 된다. 타격 2위 민병헌(.381), 6위 오재원(.361), 12위 홍성흔(.345) 등이다. 외국인 타자 호르헤 칸투(.312)도 "우리 팀은 미쳤다. 야구 생활 중 이런 팀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다.


이런 두산도 보기 드문 공격 득세 시대에 혀를 내두른다. 홍성흔은 5일 문학 SK전에 앞서 "내가 타율이 3할4푼5리인가 되는데 높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서 "그냥 중위권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프로 16년차 홍성흔이 보기에도 올 시즌은 비정상적이라 할 만큼 방망이가 뜨겁다.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이던 1999년 데뷔한 홍성흔은 지난 2008년 타율 3할3푼1리, 2009년 3할7푼1리, 2010년 3할5푼으로 리그 2위에 오를 정도로 타격에 일가견이 있다.

시즌 초 홍성흔은 외국인 타자들이 예년보다 달라진 점을 꼽은 바 있다. 팀 동료 칸투의 예를 들며 전처럼 한국 야구를 얕잡아 보지 않고 카림 가르시아 등 경험이 있는 동료들로부터 사전 정보를 구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대적인 투타의 발전 차이를 꼽았다. 홍성흔은 "현재 타자들은 웨이트 훈련으로 힘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면서 "여기에 상대 투수에 대한 전력 분석도 철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투수들도 힘을 기르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이미 다 알려진 패턴과 구종이라 타자들을 상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약한 추격조, 대량득점의 한 원인"

올해 두산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는 민병헌이다. 타율 2위 안타 4위(72개)에 득점(45개)은 물론 타점(44개)도 5위다. 출루도 많이 하지만 찬스에서 중심 타자 못지 않은 파워를 자랑한다. 리그 최강의 1번으로 꼽힌다.

두산 연속 경기 안타 신기록도 잇고 있다. 민병헌은 4일 경기 중 입은 왼 허벅지 부상으로 5일 문학 SK전에 결장했지만 여전히 23경기 연속 안타 기록은 유효하다. 함께 기록을 이어가던 김현수가 5일 침묵하면서 민병헌만이 기록 연장의 기회를 얻은 상황.

일단 민병헌은 장비의 발달도 원인으로 꼽았다. 가볍고 탄력이 좋아진 방망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1kg 방망이가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웬만한 선수들은 900g 이하를 쓴다"면서 "그만큼 가벼워도 탄성이 좋아 타구가 잘 뻗는다"고 말했다.

민병헌도 지난해보다 가벼워진 방망이를 쓴다. 민병헌은 "올해는 850g짜리를 쓰는데 지난해보다 10~20g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비보다 역시 기술이 우선이다. 민병헌은 "가장 중요한 것은 배트 스피드가 나아졌다는 것"이라면서 "이전에는 다른 선수들을 따라 방망이를 썼지만 이제는 내 힘과 스피드에 맞는 방망이를 찾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방망이가 무거우면 그만큼 스피드가 죽는다"면서 "반대로 가벼워도 스피드가 살면 타구도 산다"고 말했다.

여기에 투수들의 기량 차도 조심스럽게 꼽았다. 민병헌은 일단 "투수들에 대해 언급할 계제는 아니다"고 전제했다. 곧이어 "그러나 확실히 선발에 이어 나오는 불펜, 특히 추격조를 상대할 때는 마음이 편한 게 사실"이라면서 "그게 대량득점이 속출하는 한 원인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기온이 오르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투수들이 더욱 지칠 수 있는 시기다. 과연 뜨거운 방망이와 마운드를 식힐 소나기가 내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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