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문창극 파문에 '패닉'…초선의원들도 사퇴 촉구

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10일 오후 서울대학교 IBK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새누리당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망언'으로 12일 하루종일 패닉에 빠졌다.

지도부는 문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옹호도 비판도 하지 못한 채 유보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가 같은 당 의원들마저 문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사태가 커지자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 중 하나인 반일 정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파장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지도부 주류는 문 후보자 비판 발언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두 번의 총리 후보자 낙마만은 막겠다'는 생각에서다.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공개회의에서 문 후보자에 대한 질타 발언에 대해 입단속을 했다. 정문헌 의원이 "문 후보자의 발언이 대한민국 사람의 말이 맞는지 의문이 갈 정도"라고 직격탄을 날리자, "그런 말은 비공개 때 할 것을 당부 드린다"고 발언 자제 요청을 했다. 회의가 끝난 후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일체 답변을 하지 않았다.


지도부 일부가 "인사청문회에서 검증해야 한다"거나 "야당은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말하며 다소 일반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박대출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강연 내용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만한 표현들이 일부 포함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발췌된 내용 위주로만 보도되면서 전체적인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된 부분에 대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지도부가 오전에 잇따라 자제 발언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선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초선 의원 일부는 성명서를 내고 문 후보자의 즉각적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무릇 국무총리와 국가지도자급의 반열에 오르려면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확고한 역사관을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그러나 "문 후보자의 역사관은 본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언 장소나 취지의 문제는 중요치 않다"며 "분명한 것은 이런 발언들이 개혁과 통합이라는 시대적 소명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결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후보자는 즉각적이고 용기 있는 자진사퇴를 해야할 것, ▲새누리당 지도부는 문 후보자 적격성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할 것, ▲ 인사검증에 실패한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손질 등을 요구했다.

이 성명서에는 당 대변인직을 맡고 있는 민현주 의원을 비롯해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김상민 의원, 윤명희 의원, 이재영 의원, 이종훈 의원 이자스민 의원 등이 참여했다.

문 후보자의 문제적 발언은 오후에도 계속해서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일제 찬양과 민족 비하 발언에 이어 문 후보자의 친동생이 구원파 교회의 현직 장로로 재직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또 지난 93년 워싱턴 특파원으로 미국에 체류하면서 취득한 서울대 박사 학위 논문 관련 의혹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면서 파문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정책위부의장을 맡고 있는 재선의 홍일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사 문제에 대해 걱정"이라면서 "지금 언론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청문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재선의 유일호 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표현이 지나친 것인데 거두절미하고 보도에서 나오니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비추는 것"이라면서도 잇따른 인사실패 지적에 대해 "갑갑하고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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