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빴던 14일…문창극, 지명에서 사퇴까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국무총리 후보자로 낙점을 받았다.

당시는 관피아 개혁을 통해 세월호 정국을 헤쳐갈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던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가 과다한 변호사 수임료에 따른 전관예우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시점.

책임이 더욱 막중해진 총리에 행정경험이 전무한 언론인 출신인 문 후보자를 지명한 것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언론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여의도에서는 인사청문회 통과를 최우선해 '검증'에 초점을 맞춘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상황은 청와대의 뜻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보수 성향이 강한 문 후보자가 언론인 시절에 쓴 칼럼과 기사들이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각각 비자금 의혹과 국민장 적절성 여부를 제기하는 등 보수 진영에 치우쳤던 글들이 문제가 됐다.

야권은 반발했지만 결정적인 흠결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분위기였고 여야는 인사청문회 준비에 한창이었다.

그런데 메가톤급 보도가 터져나왔다. 문 후보자가 지난 2011년 중앙일보 재직 시절 한 교회에서 '일본 식민 지배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의 강연을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게으른 DNA"라는 민족비하성 발언도 나왔다.

국민 여론은 들끓었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초․재선 의원들의 성명 등 사퇴 요구가 쏟아졌다.

당 지도부는 교회 발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며 전체 강연 취지가 왜곡됐다며 문 후보자를 감쌌다. 주요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전체 동영상을 상영하면서 일단 청문회는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박 맏형이자 차기 당권 주자인 서청원 의원이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강도높게 촉구하고 나서면서 청와대의 입장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이 사이 세월호 사고 이후 회복되는 듯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추락했다. 지난해 12월 말 철도노조 파업 사태 이후 5개월여만에 5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렇게 되자 청와대는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 국회 제출을 당초 16일에서 17일로 연기한 데 이어 18일에는 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귀국한 뒤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것도 '재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어서 사실상 문 후보자에 대한 사퇴 압박으로 읽혀졌다.

그럼에도 문 후보자는 19, 20일 잇따라 기자들 앞에서 친일로 몰린 데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버텼다.

23일에는 문 후보자의 할아버지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독립유공자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여당 내 분위기가 다시 청문회 개최 쪽으로 바뀌는 듯 했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결국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지 만 14일 만이었다.
(그래픽=임금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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