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사우디, 이라크 사태에 '대리전' 가열

사우디 '수니파 반군 옹호' vs 이란 '시아파 정부군 지원'

이슬람 양대 종파 맹주국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라크에서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 보도했다.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와 수니파 반군 간 교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 뒤에서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이라크에서 수니파 반군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세력을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가 ISIL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사우디 아라비아를 겨냥, "'오일 달러'(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테러에 자금줄을 대는 데 사용하는 이슬람 국가들"이라는 발언으로 강력히 비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러나 이란의 이런 공세를 "악의적인 거짓말"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라크 정부가 '배제 정책'을 써서 수니파의 반발을 산 것이라며 이라크 정부를 비판하고 수니파 반군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시리아 내전에서 대리전 양상을 보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제는 대리전 영역을 이라크로까지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두 나라는 이라크 사태 해결에 대한 접근도 다르다.

이란은 ISIL의 세력 확대를 우려해 이라크 누리 알말리키 총리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알말리키 정권이 퇴진하고 수니파와 시아파 등이 참여하는 새 정부가 출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FT는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라크 사태에 대한 이란의 우려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그동안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아사드 정권 등을 통해 수니파 세력에 맞설 '전선'을 구축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라크에서 수니파 반군이 파죽지세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이라크가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의 영역으로 3분할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자 이란은 위기감을 갖게 됐다.

특히 이란은 과거 수니파인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1980년대 이란을 침공해 전쟁을 벌이는 바람에 양측에서 50만명 이상이 사망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란 정부는 현재로선 이라크에 파병할 계획이 없으며 미국의 개입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비밀리에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