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의 실낱같은 희망이 걸린 일전이다. 여기서 이기면 같은 시각 H조 또 다른 최종전 알제리-러시아의 경기 결과에 따라 조별리그 통과를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단 H조 최강 벨기에(2승)를 상대로 최소 2골 이상 다득점 경기를 펼쳐야 한다. 벨기에는 앞선 2경기에서 1점만 내줬다. 한국은 2경기 3득점했다. 2골 차 이상 승리도 최소 충족 조건이다. 벨기에는 2경기 3득점, 한국은 2경기 5실점했다.
여기에 러시아(1무1패)가 알제리(1승1패)를 이겨야 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1-0으로 이기고 한국이 2골 차 이상 승리하면 된다. 그러나 둘이 비기면 한국은 3점 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 한다. 알제리가 이기면 모든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된다.
▲日-이란, 실낱 희망 산산이 부서진 최종전
더욱이 일본은 주전 8명이 빠진 콜롬비아에 참패를 안았다. 후반 총공세로 수비가 헐거워진 일본을 상대 1.5군이 유린했다. 전력이 열세인 상황에서 다득점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역시 비슷한 상황. 벨기에도 콜롬비아처럼 16강을 확정해 주전을 대거 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5명 이상 교체 멤버가 나선다는 전망도 나온다. 후보들이라고는 하나 세계 유수의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한국으로서는 방심할 틈이 없다.
한국은 1승 제물로 꼽혔던 알제리를 상대로 전반에는 3골을 내주며 2-4로 졌다. 외신들 대부분 한국의 승리를 점쳤던 터라 더욱 충격적인 패배였다. 러시아전 1-1 무승부의 탄탄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알제리는 감독과 선수, 자국 언론이 극심한 갈등상을 보여 팀 워크에 문제가 있을 것을 전망됐다. 그러나 독기로 똘똘 뭉친 알제리에 한국은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무너진 亞 자존심 회복이 먼저
지금까지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 국가들은 유종의 미 대신 망신을 맛봤다. 일본은 대회 전 4강을 목표로 한다고 큰 소리를 쳤다가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던 이란도 이미 16강 탈락이 확정된 보스니아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최강 아르헨티나도 1실점으로 막았던 수비가 무색했다.
호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첫 경기 칠레에 1-3으로 진 호주는 네덜란드에도 2-3으로 졌으나 대등한 경기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역시 2패를 당한 스페인과 최종전에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0-3으로 졌다. 스페인 역시 주전들을 대거 뺀 상황이었다.
이제 AFC 국가 중 남은 것은 한국뿐이다. 여러 모로 상황이 앞선 아시아 팀들과 비슷하다. 일각에서는 수준이 떨어지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월드컵 출전 쿼터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연 한국이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킬지 지켜볼 일이다.
홍명보 감독은 결전에 앞선 공식 인터뷰에서 "16강에 나가려면 우리에게 좋지 않은 여러 조건이 있다"면서 "국민에 희망을 주는 경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바란다"고 했다. 상처입은 한국과 아시아에 전해질 마지막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