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L, 알카에다 넘어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중심 되나

'칼리프' 지명 알바그다디, 알카에다에 '정면도전'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칼리프제 이슬람 국가 수립을 선언한 것은 알카에다를 제치고 이슬람 성전(聖戰)을 대표하는 세력으로 올라서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ISIL은 29일(현지시간) 홈페이지와 트위터 등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3)를 칼리프로 하는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수립을 선언했다.

칼리프는 이슬람교 유일신 '알라의 사도 무함마드의 대리인'이라는 뜻으로 무함마드 사망(632년) 후 그의 종교적·정치적 권한을 이어받아 이슬람 공동체를 다스린 최고 통치자를 가리킨다.

즉, ISIL이 알바그다디를 칼리프로 추대한 것은 그를 무함마드의 정식 후계자이자 이슬람권의 통치자로 내세우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칼리프' 알바그다디를 중심으로 이슬람 초기 칼리프 시대처럼 지중해 연안부터 걸프지역을 아우르는 이슬람 국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공식 천명한 것이다.

ISIL이 이날 성명에서 알바그다디를 "모든 무슬림의 지도자"로 치켜세우고 점령지 내 다른 중동지역 국가나 단체의 권위를 부정하면서 알바그다디에 대한 충성 맹세를 요구한 것 등은 모두 이런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다.

칼리프제 이슬람국가 선언은 또한 알카에다가 아닌 자신들이 수니파를 대표해 전세계 이슬람 성전을 이끄는 세력이라는 ISIL의 의지를 반영한다.

ISIL은 본래 2004년 오사마 빈 라덴에게 충성을 맹세하면서 조직된 알카에다 이라크지부(AQI)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알카에다의 공식 시리아 지부 '알누스라전선'과 갈등 끝에 올해 초 알카에다에서 퇴출됐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ISIL의 이날 선언이 그동안 전세계 성전을 통제한다고 자처해온 알카에다와 알카에다의 현 최고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브루킹스 도하 연구센터의 찰스 리스터 객원 연구원은 WP와의 인터뷰에서 "단적으로 말해 이번 선언은 알바그다디가 알카에다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도 알바그다디가 알자와히리보다 더 강력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알자와히리와 달리 알바그다디는 실전 지휘관이자 전술가로서 조직 안에서 찬사를 받고 있으며, 이러한 면모가 수많은 외국인 '전사'들을 ISIL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알바그다디는 또한 전임 최고지도자인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미군 공습으로 2006년 사망한 뒤 한때 빈사상태에 놓였던 ISIL을 빠르게 재건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라크 사마라에서 태어난 교사 출신으로 바그다드대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ISIL이 '이라크 이슬람국가'(ISI)로 불리던 2010년 최고지도자에 올랐다.

알바그다디의 지도 아래 ISIL은 시리아 내전, 미군의 이라크 철수 등에 따른 공백을 틈타 이라크-시리아 접경지역에서 조직원을 훈련시켰으며 은행털이와 강도, 인질 납치, 밀수 등 각종 범죄로 막대한 자산을 쌓았다.

ISIL은 점령지역에서 실제 국가의 모습을 갖추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WP는 ISIL이 자체 법원과 학교, 공공 서비스를 만들고 있으며 최근 수주일간 이라크 북동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세력을 확대하면서 더 많은 무기와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역임한 마이클 헤이든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ISIL의 부상이 9·11와 맞먹는 위협이며 이라크는 사실상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 지역으로 분할됐다고 해석했다.

다만 ISIL의 야심찬 계획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WP는 ISIL과 함께 이라크 시아파 정부에 맞선 수니파 반군 가운데 상당수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며, 이들이 '국경을 초월한 이슬람 국가'라는 ISIL의 목표에 선뜻 동조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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