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밥값 놓고 한화-병원 간 '검은 유착'…수법은?

檢 "병원은 건보료 빼돌리고 한화 측은 식당 운영권 따내"


한화그룹 계열사가 병원 식당을 운영하면서 수십억원의 환자 밥값과 건강보험료를 빼돌리는데 공모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화 측은 유명 병원들과 짜고 그 대가로 식당 운영권을 따낸 정황이 수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기업과 병원은 무려 50억원에 이르는 환자 밥값 및 건보료를 어떻게 빼돌렸을까?


검찰은 병원 식당 내에 영양사와 조리사가 많을수록 밥값이 비싸게 책정되는 점을 이용해 직원 수를 의도적으로 부풀린 것으로 보고있다.

검찰 관계자는 "영양사와 조리사를 식당 운영자인 한화 측이 실질적으로 고용하고도 병원이 이들을 직접 고용한 것처럼 위장해 식대를 비싸게 받아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식대를 빼돌리는 대가로 한화 측은 각지에 퍼져있는 '네트워크 병원'의 식당운영권을 수주해 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사진)

검찰 조사 결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위탁을 맺은 강북 힘찬병원, 현대유비스 병원 등 12곳에서 같은 수법으로 병원 측과 공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병원 식대는 기본 식대에 더해 영양사와 조리사 수에 따라 가산액이 붙는다. 병원에 고용되는 영양사와 조리사가 많을수록 환자들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한다고 보고 밥값을 더 비싸게 매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치료식의 경우 영양사가 3~5명(4등급)이면 620원, 6~9명(3등급)이면 830원, 10~14명(2등급)이면 960원, 15명 이상(1등급)이면 1,100원이 추가로 붙게 된다. 조리사는 3~4명(2등급)이면 520원, 5명 이상(1등급)이면 620원이 추가돼 식대가 더 비싸진다.

다만, 영양사와 조리사는 해당 병의원 소속 상근 직원일 경우에만 법률적으로 인정되는데 더 비싼 식대를 받기 위해 양측이 담합해 고용 관계를 속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영양사와 조리사가 한화 측의 면접을 통해서 채용되는 등 사실상 한화 직원으로 볼 증거 자료가 충분히 확보된 상태이다"고 말했다.

검찰은 형법상 사기와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김모 상무와 이모 부장 등 임직원 2명을 구속한 상태다.

또 병원에서 빼돌린 수십억원의 식대가 한화 측에 리베이트 명목으로 흘러들어갔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환자들이 절반을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병원 식대. 때문에 혐의가 확정될 경우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아픈 환자들의 주머니를 털고 준조세 성격의 건강보험료를 빼돌리는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보도가 나간 뒤 한화 측은 "구속된 직원이 우리 회사 소속 직원인 것은 맞지만, 식대는 병원에서 주도적으로 편취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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