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핵심의제인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오는 3일 시진핑 주석의 국빈방문을 앞두고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갖고 있다.
우선 정부는 1992년 한중 수교 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 일종의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동북아시아의 국제질서 측면에서 그만큼 중국의 남북한에 대한 정책 무게중심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흐름을 읽을 수 있지 않느냐”고 해석했다.
따라서 정부의 해석대로라면 동북아시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북핵 문제에서도 한중 정상회담에서 수준 높은 합의가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 불용”이라든지 “북한 4차 핵실험 반대”와 같이 구체적으로 북한을 명시하는 한중공동성명의 채택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의 가까운 이웃으로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한이 함께 노력해 한중, 북중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시 주석의 방한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중국은 조선, 한국 측과 모두 우호협조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중국 외교부의 언급을 보면 북한 비핵화에 관해 우리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의 내용이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정상회담 공동성명 문안작업을 하고 있는 정부 당국자의 설명에 따르면 공동성명에는 북한 비핵화 보다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곧 북한 비핵화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며 “실질적인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6월 한중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문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라는 말을 사용한 반면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고수했다.
결국 중국의 이같은 입장은 미국의 중국포위전략과 일본의 군사대국화 추진이라는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에서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이후 다소 멀어진 것처럼 보일지라도 중국과 북한은 '순망치한'의 관계이다. 북한의 안정적 관리가 중국에 이롭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전날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의 정책과 노선에 그 무슨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하늘이 무너지기를 고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한중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일단 핵 보유정책을 계속 추구하겠다며 일종의 시위를 벌인 셈이다.
북한은 지난 달 26일과 29일에도 각각 300mm신형 방사포 KN-09로 보이는 단거리 발사체 3발과 스커드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찾는 시 주석의 국빈 방한을 앞두고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일종의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대해서도 한중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의장국으로서 중국은 일단 6자회담을 조속히 열자는 입장인 반면 한국과 미국은 핵 포기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전에 회담을 위한 회담을 여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북한 핵문제 관한 한 시진핑 주석의 국빈방문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지난해 한중정상회담의 내용을 거듭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고노담화 검증과 집단적 자위권 추진 등 일본의 도발에 대해서는 한중 정상이 높은 수위의 발언을 쏟아낼 가능성이 예상된다.
때마침 아베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각의 결정문 최종안을 마련하고 이르는 1일 각의에서 헌법 해석 변경안을 의결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 편입 문제는 전날 윤병세 장관이 국회에서 밝힌 것처럼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