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검찰은 전날 15시간이 넘는 경찰의 구금조사를 받은 사르코지를 판사매수 및 권력남용 혐의로 이날 기소했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지 르몽드가 보도했다.
수사 당국은 사르코지가 프랑스 최고법원인 파기법원에서 진행되는 자신의 불법 정치자금 재판인 베탕쿠르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얻는 대가로 이 법원 판사에게 고위직을 보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당국은 사르코지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리비아의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5천만유로(약 690억원)의 선거자금을 받은 사건 수사를 위해 사르코지 전화를 도청하던 중 이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법에 따르면 수사 당국의 정식 기소는 혐의에 대한 '중대하고 일관된 증거'가 있을 경우 이뤄지며 권력남용 혐의에는 최대 징역 5년형까지 선고된다.
사르코지는 전날 파리 근교 낭테르에 있는 경찰 반부패 팀에 출두해 프랑스 역사상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경찰에서 구금조사를 받았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도 1977∼95년 파리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140만 유로의 공금을 유용한 혐의에 대해 2011년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러나 시라크 전 대통령은 기억상실증 등 건강상의 이유로 법원에 출석하지 않은 채 재판을 받았다.
현재 프랑스 검찰과 경찰이 2007년과 2012년 사르코지 대선 자금 등과 관련해 조사하는 사건은 총 6건에 이른다.
사르코지가 경찰에서 조사받은 데 대해 사르코지 소속 정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은 정치 탄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장 프랑수아 코페 UMP 전 대표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음해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2017년 차기 대선 출마를 노리는 사르코지는 그동안 자신과 관련돼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변호인의 전화를 도청한 수사 당국을 "(동독의 악명높은 비밀경찰인) 슈타지와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카다피로부터 거액의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사르코지는 프랑스가 2011년 리비아 공습으로 카다피를 추방하는데 앞장서면서 카다피 측이 퍼뜨린 것이며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르코지가 정식 기소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 출마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