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고의 날?' 이태양, 우울한 24번째 생일

3일 LG전 호투에도 불펜 난조로 승리 날려

'생일 맞이 혼신의 투구를 펼쳤지만...' 한화 선발 이태양이 3일 LG와 원정 경기에서 역동적인 폼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잠실=한화 이글스)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화-LG의 경기가 열린 3일 잠실구장. 경기 전 양 팀 더그아웃의 주제는 한화 선발 이태양이었다.


먼저 양상문 LG 감독은 날이 궂다가 개자 "오늘 이태양이 나와서 그런가 보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 한화의 에이스 아니냐"면서 "본인은 물론 팀에서도 기대를 갖고 있어서 그런지 공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칭찬했다.

이태양은 최근 5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상의 쾌투로 3승1패를 거뒀다. 그야말로 최하위 한화 마운드의 태양이나 다름없었다.

더군다나 이날은 이태양의 24번째 생일이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취재진으로부터 이 말을 전해듣더니 "감독 생일은 알아?"라고 핀잔을 주면서도 "오늘은 이태양이 어떻게든 4연패를 끊어줄 것"이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칭찬과 기대 속에 이태양이 생애 최고의 생일을 맞을 뻔했다. 이태양은 이날 6⅔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아내며 3실점,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펼쳤다. 피안타 10개가 다소 많았지만 최근 3연승의 상승세를 탄 LG 타선을 버텨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1회 박용택의 1점 홈런과 2회 손주인, 3회 이병규(7번)에게 적시타를 맞고 3점을 내줬다.

하지만 이후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4회 손주인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후속 세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5회는 박용택이 2루타성 타구를 날렸으나 무리하게 3루까지 뛰다 횡사하는 행운도 따랐다.

타선도 힘을 내줬다. 한화는 6회 LG 선발 우규민이 내려간 이후 고동진과 대타 최진행의 적시타로 3-2까지 따라붙었다. 이어 7회는 정근우가 좌완 불펜 신재웅에게 2점 홈런을 뽑아내 4-3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에 이태양도 6회말 첫 삼자범퇴를 이끌어내며 화답했다. 역전을 이룬 7회 2사 2루에서 박수를 받으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춘 채 마운드를 박정진에게 넘겼다. 이때까지만 해도 뜻깊은 생일 선물을 얻는 듯했다.

하지만 LG 타선과 한화 불펜이 선물을 앗아갔다. 한화 세 번째 투수 안영명이 8회 1사에서 연속 3안타와 희생타로 2실점, 역전을 허용했다.

특히 1사 1, 3루에서 정의윤의 타구는 병살타가 될 만했지만 안영명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글러브를 맞고 튄 2루타로 둔갑했다. 이태양의 승리가 날아간 순간이었다.

결국 한화는 4-5 역전패로 5연패 늪에 빠졌다. LG는 4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태양의 우울한 24번째 생일이었다.

경기 후 이태양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승리를 떠나서 팀에 이기지 못한 게 정말 아쉽다"면서 "초반에 밸런스가 좋지 못해 공이 높다 보니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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