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골키퍼 빼고는 얘기 안 되는 독일-프랑스 역사

1986년 멕시코월드컵 4강에서 프랑스를 꺾고 기뻐하는 서독 선수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제공)


독일과 프랑스는 월드컵에서 만날 때마다 처절한 사투를 벌였다. 무대 자체가 처절했다. 지금까지 벌어진 세 차례 맞대결은 순위 결정전 혹은 토너먼트 경기였다. 3경기 모두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슈의 중심에는 항상 골키퍼가 있었다.

▲'레전드' 퐁텐 앞에서 무너진 서독 골키퍼

1958년 스웨덴월드컵은 '축구 황제' 펠레의 월드컵 데뷔 무대로 기억되고 있지만 득점왕은 따로 있었다. 무려 13골(역대 한 대회 최다 골 기록으로 남아있다)을 기록한 프랑스의 쥐스트 퐁텐이다.


퐁텐은 프랑스의 대회 마지막 경기였던 서독과의 3-4위전에서 4골을 몰아넣어 6-3 대승을 이끌었다. 총 13골째를 기록해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산도르 코치슈(헝가리)가 기록한 11골을 넘어 역대 월드컵 최다 골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서독의 골문은 하인릭 쿠엣코위스키가 지켰다. 서독은 한 번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던 선수 4명을 기용했고 쿠엣코위스키는 그 중 한 명이었다.

쿠엣코위스키에게는 이미 월드컵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었다. 서독이 우승한 1954년 스위스 대회. 서독은 조별리그에서 헝가리에게 3-8로 크게 졌지만 다시 만난 결승전에서 3-2로 복수했다. 쿠엣코위스키는 조별리그 헝가리전에 출전했다가 무려 8골을 내줬다.

독일축구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멘붕'에 빠진 쿠엣코위스키는 프랑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독일 감독에게 "제발 더 이상 나를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서독 GK 슈마허와 프랑스 바티스통의 '논란의 충돌'

프랑스와 서독은 1982년 스페인월드컵 4강전에서 다시 만났다.

두 팀의 경기에서 월드컵 역사에 남을만한 논란이 벌어졌다. 영국 BBC가 최근 선정한 '월드컵에서 논란이 됐던 베스트11 장면'에서 4위에 오른 장면이다.

서독의 골키퍼 하랄트 슈마허가 프랑스의 파트리크 바티스통와 충돌했다. 역습에 나선 바티스통이 페널티지역 바깥쪽 정면에서 슛을 시도하는 찰나 슈마허가 바티스통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전속력으로 달려든 슈마허의 엉덩이가 바티스통의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바티스통은 크게 다쳤다. 반칙을 당하자마자 의식을 잃었고 정밀검사 결과 목뼈에 금이 가고 치아도 2개나 부러졌다. 그러나 심판은 슈마허에게 경고를 주기는 커녕 반칙조차 선언하지 않았다.

두 팀은 연장전까지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공교롭게도 슈마허가 승리의 주역이 됐다. 슈마허가 두 차례 선방을 펼친 서독이 5-4(6번째 키커 싸움에서 승부가 갈렸다)로 승리했다. 슈마허는 일주일이 지나 바티스통에게 사과했다.

▲골키퍼 실수에서 비롯된 '업셋(upset)'

서독과 프랑스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 4강전에서 '또' 만났다. 미셸 플라티니를 앞세운 프랑스는 토너먼트에서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완파하고 상승세에 올라있었다. 당시 독일의 주장이었던 프란츠 베켄바워는 "프랑스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고 회고했다.

서독은 전반 9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브레메가 찬 프리킥을 프랑스의 골키퍼 조엘 바츠가 몸을 날려 막았다. 그러나 공은 바츠의 가슴에 맞고 굴절돼 그대로 골문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루디 펠러가 경기 종료 직전에 쐐기골을 넣어 2-0 승리를 완성했다. 끊임없는 공세에도 상대 골문을 열지 못해 전의를 상실한 프랑스는 독일의 역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바츠는 페널티박스 바깥쪽까지 나와 펠러를 향한 전진 패스를 막으려고 했지만 펠러는 여유있게 바츠의 키를 넘겨 다시 공을 잡은 뒤 골을 넣었다.

독일의 골키퍼 노이어(사진 오른쪽)가 알제리와의 16강전에서 슬리마니의 드리블을 차단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제공)


▲프랑스 요리스 "독일 노이어는 최고의 골키퍼"

독일과 프랑스가 5일(한국시간) 월드컵 사상 네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 경기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에는 골키퍼와 관련된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지도 관심사다.

프랑스의 주전 골키퍼 위고 요리스는 최근 독일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를 극찬했다. "팀 전체가 라인을 올리고 경기할 때 골키퍼도 함께 올라와야 한다. 노이어가 알제리전(16강)에서 그 역할을 완벽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알제리와의 16강전에서 노이어는 골키퍼의 역할을 넘어 사실상 스위퍼의 역할까지도 도맡아 했다. 과감한 전진으로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

그렇지만 요리스도 자신감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 두 팀의 역사가 깊지만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다. 우리만의 역사를 쓰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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