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사제 성추행은 신성모독…용서 간구"

약자에 대한 범죄는 불관용…관련 사제 책임 물을 터"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행으로 피해를 본 이들에게 교회가 "통곡하면서 참회하고 배상해야 한다"며 용서를 구했다.

교황은 7일(현지시간) 바티칸 관저에서 아일랜드와 영국, 독일 등지에서 온 성추행 피해자 6명을 모두 4시간 동안 만나고 나서 봉헌한 미사에서 이렇게 강론했다고 바티칸 라디오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직자의 성범죄 피해자들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2008년부터 피해자들을 수차례 만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의 성추행이 '신성모독'에 해당하는 엄중한 것으로 "예수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침묵의 공모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제들이 성추행 범죄를 저지른 비통함을 하나님 앞에 밝히고, 겸손히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속 깊이 아픔과 고통을 느낀다"면서 "평생 지울 수 없는 끔찍한 상처를 남긴 잘못을 교회가 통곡하며 회개하도록 은총을 내려달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제이든 아니든 한 개인이 약자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관련 사제에게 "책임을 지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성범죄를 겪은 피해자가 약물에 중독되고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인정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교황이 아일랜드와 영국, 독일인 두 명씩 모두 6명을 관저에서 만났고, 피해자들이 언론에 노출되길 꺼린다고만 밝혔다.

피해자 중 3명은 여성, 나머지 3명은 남성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가톨릭 성직자의 성추행 피해자들을 위한 독일의 한 시민 단체는 이 만남을 두고 "홍보 행사나 다를 바 없다"고 의미를 깎아내렸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직자의 아동 성범죄 문제를 언급하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이다가 지난 5월 성직자 아동 성범죄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교황은 지난 3월 성직자의 성범죄 근절을 위해 8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한편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지난달 요제프 베솔로프스키 대주교의 아동 성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교회법상 가장 무거운 처벌을 내리도록 판결했다. 베솔로프스키 대주교는 지금까지 아동 성추행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사제들 가운데 최고위급 성직자다.

가톨릭 교회는 수십 년간 성직자의 성범죄 논란에 휘말렸으나 그간 이렇다 할 처벌이나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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