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박영선 회동 뒷얘기…'무슨 인연이?'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첫 청와대 회동은 상당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박 원내대표와 청와대에서 인사를 나눌 때부터 호의적인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박 원내대표님은 헌정 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로 기록됐는데 다시 한 번 축하 말씀을 드린다"고 박 원내대표를 격려했다.

박 원내대표는 "감사합니다.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기 때문에 있을 수 있었던 일 아닌가 생각한다"며 남성의 벽을 뚫고 '유리천장'을 깬 박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원내대표 당선에 기여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대통령의 마음을 조금은 누그러질 수 있는 멘트다.

청와대는 대여 공격수로 강성 이미지가 강한 박영선 원내대표 입에서 그런 칭찬의 발언이 나올 줄 몰랐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두 분(이완구, 박영선 원내대표)이 정기적으로 만나 여러 가지를 조율하신다고 하니 참 잘하신 것 같다"며 격려했다.

인사성 대화를 마친 뒤 박 대통령과 박 원내대표는 선물을 교환했다.

박 원내대표는 자신이 직접 산 스카프를 박 대통령에게 건넸고, 박 대통령은 청와대 문장이 새겨진 남성용·여성용 시계를 선물했다.

◈ 박 대통령, 박영선 원내대표를 인터뷰했던 기자로 기억

박 대통령은 박 원내대표가 20년 전 자신을 인터뷰한 전례가 있다며 인연은 소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1994년에 비원에서 하루 종일 인터뷰를 했으며 진솔한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안다"고 화답했다.

MBC의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기 인터뷰였다.

문제는 본론에 들어가면서부터다.

◈ 박영선, "듣기 거북하더라도 다 들어 달라"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 원내대표는 본격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야당의 원내대표단과 상임위원장, 상임위 간사단과의 회의를 거쳐 마련한 것이니 "듣기 거북하더라도 끝까지 다 들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발언에 앞서 "우리도 속상한데 대통령은 얼마나 속상하겠느냐"며 대통령의 긴장감을 일단 누그러뜨렸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10일 박 대통령과의 회동을 위해 준비해간 A4 용지 8장을 세 차례에 나눠 모두 읽었다.

회동을 마친 뒤 청와대에 전달했다.

세월호 참사와 인사 실패, 국가 개조, 5.24조치 해제 등을 포함해 국정의 이런저런 문제와 해법을 거의 다 담은 내용이었다.

박 원내대표의 문제제기에 대해 박 대통령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답변을 하는 형식이었다.

박 대통령은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끊지 않고 다 듣고 난 뒤에 입장을 밝혔다고 박영선 원내대표는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총리 인선 실패를 거론하며 소통에 좀 더 신경을 써달라고 직공에 가까운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스웨덴의 타게 애를란데르 총리가 23년 동안 매주 국민과의 대화를 하며 성공한 총리가 됐다는 일화까지 소개하며 대통령의 소통 문제를 지적했다.

◈ 박 원내대표, "직언을 날려도 안색이 변하지 않더라"

박 원내대표는 껄끄러운 발언, 직언을 할 때 대통령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안색이 변하지 않고 담담하고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가끔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눈짓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국가개조는 군국주의 용어로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국가 혁신이라고 바꿔야 야당도 협조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대통령께서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고 박 원내대표는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완구 원내대표를 가리키며 이런 분을 국무총리로 지명하면 좋을 텐데"라고 말하자,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이 바로 받아 "이 원내대표님께서 총리로 가시면 제가 잘리게 되니까 안 됩니다"라고 응대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바로 이렇다"며 "누구를 시키려고 하면 안 된다고 하는 일이 너무 많다"며 인사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 박 원내대표, "정성근 후보의 문제점 잘 모르는 것 같더라"

박영선 원내대표는 "정성근 장관 후보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기하자 대통령께서는 처음 듣는 표정이더라. 보고가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 같더라"고 말했다.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사진=윤창원 기자)
박 대통령은 메모지 5장에 박 원내대표의 주문사항을 적었다.

1시간 25분의 회동을 마치고 나오면서도 박 대통령과 박영선 원내대표의 대화는 계속됐다.

회의실에서 청와대 본관 입구까지 걸어 나오는 4, 5분가량 동안 인연을 강조하는 대화가 계속됐다.

박 대통령은 걸어 나오면서도 박 원내대표가 방송기자 시절 자신을 인터뷰한 옛날 얘기를 하면서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박 원내대표는 말했다.

◈ 박 대통령, 박 원내대표와의 '인연'을 두세 차례나 강조

대통령은 박 원내대표께서 원내대표 됐을 때 인터뷰한 것을 떠올리면서 "인연이 소중하다"는 얘기를 또 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1994년 첫 인터뷰를 할 때 박 대통령은 야인이었고, 하루 종일 비원에서 같이 있었으며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고 회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998년과 2002년 박 대통령과 모두 세 차례의 인터뷰를 했으며 2002년 인터뷰는 한나라당 탈당 직전이어서 그날 밤 9시 MBC 뉴스데스크에 '박근혜 탈당 시사'라는 제목의 단독기사를 내보내 정치권에 파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어제 보니까 대통령께서 그 때의 인터뷰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으며 바른 기자였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같았고, 그 때문인지 저에겐 적대감이 없이 좀 안다는 인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 박 원내대표, "대통령은 나에게 적대감이 없는 것 같더라"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과 박영선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을 주선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회동의 분위기가 아주 좋았으며 대통령이 미소를 짓거나 은은한 모습으로 회의를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을 깍듯이 "대통령께서 또는 대통령님"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박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와의 회동 때의 냉랭했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박영선 원내대표와는 대화가 통하는 사이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들게 한 청와대 회동이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도 사람인지라 친근하게 느끼고 그렇지 않게 느끼는 경우가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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