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막은' 오기인사에 돌아온 건 또 한번의 '인사참사'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자진사퇴 가능성이 제기됐던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기류가 변했다는 것은 14일 오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확인됐다.


민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황우여 의원을 새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장관으로서 부적격 여론이 높았던 두 후보 가운데 김 후보자데 대해서만 지명을 철회했다는 것은 정성근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30분을 기해 정성근·정종섭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구하면서 10시간의 말미도 주지 않았다.

정성근 후보자 임명을 위한 법적 절차를 구비하겠다는 뜻으로 실제로 보고서를 받아보겠다는 의지는 없는 요식행위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신임대표 등 새 지도부가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들에 대한 여론이 안 좋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청와대의 정 후보자 임명 강행이 기정사실화 되자 언론에서 비판 기사가 넘쳐났다. 야당도 국민의 무시하고 여론을 거스르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16일이 돼서도 반대 기류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정 후보자에 대한 또 다른 '한 방'이 준비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재오 의원이 "국민 대다수가 그 사람 아니라고 하면 그 사람 아니어야 한다. 이렇게 인사를 하면 되겠나"라며 공개적으로 정성근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게 전개됐다.

결국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정 후보자가 "설명 드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냥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밝히고 자진사퇴함으로써 정 후보자에 대한 장관 임명을 강행하려던 박 대통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박 대통령이 전날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할 때 정 후보자도 같이 지명을 철회했으면 그나마 비판이 덜했을 수 있었겠지만 비판 여론에 귀막고 '오기'로 민심을 거역하는 인사를 하려다 더 큰 화를 자초한 셈이 됐다.

똑같이 부적격 여론이 높았던 두 후보자에 대해 한 사람은 지명철회, 한 사람은 자진사퇴로 낙마하면서 박 대통령의 인선 기준 뿐만 아니라 사람 내치는 기준에도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가 두 명의 총리 후보자 낙마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고 또 다시 두 명의 장관 후보자를 하루 차이로 잃어버림으로써 김기춘 비서실장도 제대로 된 여론을 전달하지 못하고 상황파악도 못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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