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한반도 유사시 미일사전협의' 발언은 韓견제용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이 한반도에 가려면 일본과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견제하는 한국에 '역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의 발언은 다함께당 마쓰자와 시게후미(松澤成文)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나왔다.

마쓰자와 의원은 집단 자위권에 대한 한국 내 거부감을 소개한 뒤 "한반도 유사시 한국 측에서 일본은 오지 말라고 하면 일본은 아무것도 못하는 것 아닌가"라며 "한국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일본에 주둔 중인) 미국 해병대는 일본에서 나간다"며 "(미일 간) 사전협의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일본이 양해하지 않으면 한국 구원(救援)을 위해 달려갈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 일·미·한 3개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아베 총리의 발언은 2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미일 간 밀약의 존재를 거론하지 않은 채 표면상의 합의만을 거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총리의 발언대로 미일안보조약에 근거한 양국 교환공문에 따르면 전투행동을 위한 주일 미군기지 사용은 미일 간 사전 협의의 대상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이 1960년 외교밀약을 통해 한반도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주일미군의 출동을 사전협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유사시 적용될 '밀약'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공식 합의만을 거론한 것이다.

또 현실에서 일어날 개연성이 희박한데다, 자신이 주창해온 미일동맹 강화와도 모순되는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반도 유사시 등에 원활한 미일 공조를 목적으로 1999년 주변사태법을 만들고, 최근 집단 자위권 행사까지 용인한 일본임을 감안할 때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주일미군을 빼 쓰겠다고 할 때 일본이 '사전협의'를 거론하며 '몽니'를 부리는 상황은 미일동맹을 깨기 전에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는 얘기다.

일본 군사문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작전은 결국 미군의 생명과 연결되는 것인데 미국이 요청하는 사안과 관련, 일본이 주일미군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최근 집단 자위권으로 미일동맹의 결속력을 더 강화한 상황과 모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가 '미일 사전협의'를 거론한 것은 결국 집단 자위권에 반발하는 한국을 향해 '우리가 반대하면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견제성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문제에서 일본의 '발언권'을 무시하지 말라는 얘기인 셈이다.

이는 또한 미일동맹에서 일본이 갖는 자주성과 주권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일본 국내용 메시지라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계기로 국민의사와 무관하게 미국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국내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을 감안한 발언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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