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들 "유병언 사인, 저체온증 가능성"

시신 부검 아닌 현장 단서 통해 최선의 추정(Best Guess)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유병언 시신을 정밀 감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국과수는 "독극물 분석과 질식사, 지병, 외력에 의한 사망 여부 등을 분석했으나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종민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가운데 저체온증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시돼 주목된다.

25일 국과수 서울분원(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열린 유 전 회장 사망원인 발표장에 함께한 강신몽 가톨릭대 법의학과 교수는 "시체를 부검해서만 사인을 밝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사람의 행적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법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최선의 추정'(Bset Guess)이란 것이 있다"며 "(유 전 회장이 발견된) 현장은 체온이 떨어져서 사람이 죽었을 때 보이는 현장에 아주 알맞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옷 단추가 풀어 헤쳐지고 일부는 말려 올라간 '이상탈의 현상'을 저체온증 근거로 꼽았다.

강 교수는 "유 전 회장 옷의 상태, 또 신발과 양말을 벗고 있는 것들은 이상탈의 현상으로 보인다"며 "이는 저체온증으로 사람이 죽어갈 때 나타나는 것으로 심지어 옷을 다 벗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저체온증이 가능한 현장 환경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강 교수는 "사망 추정 시기가 5월 말, 6월 초라면 야간에 기온이 급격히 하강할 뿐 아니라 비가 내리면 옷이 젖고 체온도 떨어진다"며 "(유 전 회장이) 노령인 점을 감안하면 저온에 노출됐기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다는 추정을 한번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 역시 "산에서 발견된 시신들은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표피가 물 속에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저체온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의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국과수는 이제 유 전 회장이 남긴 옷가지 등에 대한 정밀 분석작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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