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회장의 장남 대균 씨가 검거되면서 종편 채널을 중심으로 각종 단독보도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중에는 머쓱하기도 하고 낯 뜨겁기도 한 단독보도들도 여럿이다.
◈ 단독은 뭐고 특종은 뭔가?
"통 큰 유대균…한 번에 100인 분씩 베풀어, 특유의 재력과 호탕한 성격으로 자기 사람을 만드는 방식"
"유대균, 소심한 목소리로 뼈 없는 치킨 주문"
통 큰 사람이 치킨 한 마리 시키는데도 소심한 목소리로 했으니 얼마나 도피생활에 주의를 기울였느냐는 이야기인가 보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것인가? 이 단독보도는 다른 언론에 의해 CCTV에 치킨 배달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반박을 받았다.
유대균 씨와 함께 검거된 박수경 씨를 물고 늘어지는 단독보도도 많다.
"두 아들 팽개치고 대균 위해 호텔 물색"
이 단독보도도 보도 이후 박 씨는 이혼 소송 중이고 아이들에게는 보모가 있는 것으로 남편이 확인함으로써 머쓱해진 경우.
제목은 이렇게 썼지만 내용은 유대균 씨는 '책만 읽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는 것이 뼈대이다. 결국 낚시질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유대균과 연인 관계일 경우, 박수경에 대한 처벌은?"
연인이어서 도피를 도운 것과 연인이 아닌데도 도피를 도운 건 처벌에서 얼마나 달라질까?…이것이 궁금하다는 건데 정말 앞서 가는 디테일이다. 세월호 구조 작업 중인데도 사망하면 보상금이 얼마라고 보도하더니 비슷한 유형의 업그레이드된 단독보도인 셈.
"박수경은 사실 겁쟁이"
태권도 고단자가 경찰에게 발차기 한 번 안 날리고 잡혀서 유감이라는 것일까?
여기에다 인권보도준칙을 무시한 영상보도도 쏟아졌다. 체포되는 유 씨와 박 씨의 얼굴을 공개하고 과거 사진·동영상들도 거침없이 공개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용의자나 피의자, 피고인의 얼굴, 성명 등 신상 정보는 원칙적으로 밝히지 않도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사들 앞에 붙은 '단독보도'라는 말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단독보도라는 말은 과거에는 거의 쓰이지 않던 용어이다. 특종보도라고 할 경우 사전적 의미로는 "어떤 특정한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제일 먼저 보도하는 중요한 기사" 또는 "특정 기자가 뉴스가치가 큰 정보를 독점 입수하여 단독매체에서 보도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정의한다.
1. 특정 언론에만 보도되고 다른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이때 다른 언론은 미처 몰랐거나 확인과정을 마치지 못해 또는 부작용(?)이 신경 쓰여서 보도하지 못한 상태인 경우다.
2. 그리고 단독으로 보도한 내용이 중요하여 다른 언론들도 지체하지 않고 뒤따라 보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를 '특종보도'라고 한다. 영어로는 exclusive news, scoop.
3. 이밖에 사건을 급히 알리는 건 속보(速報 breaking news), 지난번에 보도한 내용에 이어 그 다음 이야기를 전하는 뉴스는 '속보(續報 further news)'이다.
실제로 취재보도에서 사용하는 '단독'이란 의미의 '도꾸다이'는 그 자체로도 정체가 모호해 정확한 한자어를 찾기 어렵다. 발음상 도꾸다이라면 獨對, 獨體 둘 중 하나가 아닌가 싶으나 취재보도와는 거리가 있다. (獨占, 독점은 도꾸센). 落種을 가리키는 '도꾸누끼'는 토쿠오치(特落)에서 변형된 것으로 추정되니 '도꾸'는 '獨'이 아니라 '特'이다.
◈ 장사 되는 '단독'과 장사 안 되는 '단독'
최근의 보도 내용 및 정황을 살피며 유추해 보건데 단독보도와 특종보도는 뉘앙스에서 차이가 느껴진다. 단독보도라 함은 다른 언론이 전하지 못한 기사를 보도할 때 이를 부각시키려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특종'은 기자의 특종이란 뉘앙스가 더 강한 반면 '단독'하면 해당 언론사의 독점이란 뉘앙스가 강해지는 차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종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단독보도'의 의미는 '특종'이라고 하기엔 누가 받아 쓸 만한 가치는 없어 쑥스럽고, 사소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앞섰다는 치기 어린 몸부림으로 여겨진다.
정작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다. 단독보도란 이름으로 유 씨 일가나 박수경 씨에 대해 온갖 보도들이 난무하는 것은 지극히 정치적이고 상업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그들은 이미 권력이 점지한 희생양이다. 희롱하고 유린해도 반박할 기회도 힘도 조력자도 없다.
법적으로도 피의자이고 수배자인데다 세월호 참사에 얽혀 있으니 뭐라 보도해도 언론에 시비 걸 사람이 없어 안전하다. 거기에다 사람들은 궁금해 하고 사회적 관음증까지 번지고 있어 손쉽게 뉴스소비자를 몰아 올 수 있다. 안정적 실익이 보장돼 있는 것이다.
그 반대로 이런 기사들은 권력에게 밉보이고 상관에게 찍힐 것이며 실익도 없다.
"세월호 보도의 비중을 낮추기 위해 지하철 사고 기사를 키우라는 지시가 있었다".
"세월호 100일을 맞는 시점에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해 세월호 100일을 뉴스에서 밀어내고자 하는 건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3만의 시민이 서울광장을 가득 메웠다"
"법학자 230명이 세월호 특위는 수사권을 갖는 것이 옳다고 성명을 냈다"
"세월호 유족에 대한 3일간의 동행취재 다큐멘터리는 방송될 수 없다고 부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