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저지 유니언시티에 7번째 위안부 기림비 제막(종합)

자치단체 주도로 건립…이옥선·강일출 할머니와 지역인사 다수 참석

미국 뉴욕 맨해튼으로 향하는 관문에 미국에서 7번째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졌다.

미국 뉴저지주 유니언시티의 '리버티플라자'에서는 4일(현지시간) 낮 12시 '일본군 강제동원 군 위안부 기림비'의 제막식이 거행됐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강일출(86) 할머니와 브라이언 P.스택 유니언시티 시장 등 시(市) 관계자, 한인유권자단체 시민참여센터(대표 김동찬) 관계자와 교민들, 이번 기림비 건립을 주도한 유니언시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인 김자혜씨 등 4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뉴욕·뉴저지주에서 4번째인 이번 기림비는 맨해튼을 잇는 '링컨터널' 근방, 통행량이 많은 교차로에 들어섰다. 날개를 펼친 나비 형상의 철제 조각이다.

한인사회가 아닌 미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세워진 기림비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스택 시장은 인사말에서 "위안부 문제는 인권과 후손에 대한 교육의 문제"라며 "우리가 인권과 여성의 권리를 인식하고, 이를 더 많이 후손에게 가르칠수록 문제는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니언시티 커미셔너인 류치오 페르난데스는 중동, 아프리카, 중미 국가에서 행해지는 어린 소녀들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를 거론하면서 "오늘 기림비 건립은 인권을 넘어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우리의 외침"이라고 말했다.

유니언시티 지역 역사학자인 제러드 캐러빈, 여성단체 '위민 라이징'의 마거릿 에이브럼스의 인사말에 이어 이수빈양의 하프 연주와 캣 J.레인양의 '위안(Comfort)'이라는 제목의 시 낭송이 이어졌다.

이옥선 할머니는 "일본은 '한국의 딸들을 강제로 끌고 간 적이 없고, 그들이 돈을 벌러 갔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이 옳은가"라며 "위안소는 사람을 잡는 도살장"이라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우리는 살아남았으니 얘기할 수 있지만, 먼저 간 사람들은 얼마나 한을 품고 갔겠는가"라며 "우리의 명예회복을 위해 이 먼 곳을 찾아왔으니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강일출 할머니도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 너무나 감사하다며 "죽기 전에는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어 검은 천을 걷어내며 기림비를 공식 제막했다.

미국 AP통신, 중국 CCTV, 일본 NHK방송 등 다수의 외신도 이날 취재에 나섰다.

이로써 미국에는 뉴저지주 팰리세이즈 파크, 뉴욕주 롱아일랜드,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등 2곳,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에 이어 7번째 기림비가 세워졌다.

기림비 제막식에 이어 이날 저녁 뉴욕 맨해튼의 유명 공연장 링컨센터 소극장 무대에서 연극 '위안'이 공연됐다.

당초 이옥선·강일출 할머니는 군 위안부 관련 연극이 맨해튼 한복판에서 공연되는데 맞춰 연극을 관람한 뒤 관객을 상대로 '증언'할 예정이었으나 피로가 겹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150여명의 관객들은 1시간여 진행된 연극이 끝나도록 두 할머니가 모습을 보이지 않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두 할머니와 함께 미국에 온 나눔의 집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상저온을 보이던 뉴욕 날씨가 기림비 개막식 당일 갑자기 무더워진데다 피로까지 겹쳐 두 할머니가 연극 관람 행사에 나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두 할머니는 기림비 제막식 직후 뉴저지주 티넥의 '나비 예술박물관'에서 개막한 스티브 카발로의 '우리가 피 흘린 수많은 상처들'이라는 개인전 리셉션에도 당초 예정과 달리 불참했다.

두 할머니는 5일 저녁 시민참여센터와 쿠퍼버그 홀로코스트센터가 주관하는 간담회에 참석하고 나서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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