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위안부 할머니, 미국 '백악관·국무부'와 첫 공식면담

미국 정부의 전례없는 '위안부 문제 면담'…위안부 정책 변화 주목

미국 뉴욕의 관문에 4일(현지시간) 세워진 '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에 맞춰 미국을 찾은 이옥선(87), 강일출(86) 두 할머니가 미국 백악관·국무부 관계자들과 연쇄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최고기관인 백악관과 국무부가 잇따라 군 위안부 할머니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따라서 이번 면담을 계기로 미국 정부의 군 위안부 관련 정책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백악관은 두 할머니들에게 "더 늦지 않게 서둘러 이 문제를 면밀히 주시(팔로업)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할머니의 방미 활동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이날 연합뉴스에 "이옥선, 강일출 두 할머니가 미국 백악관·국무부 인사들과 이틀간 연쇄 회동했다"면서 "미국 최고 권력기관 관계자들이 군 위안부 할머니를 처음으로 만났다는 점에서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두 할머니와 백악관 관계자의 면담은 지난달 30일에, 국무부 인사들과의 만남은 다음날인 31일에 각각 2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면담에는 미국 내에서 한인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을 벌이는 시민·사회단체인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례적인 이번 면담에서 두 할머니의 발언을 '적확하게' 미국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통역자는 시민참여센터측에서 주선한 인사가 참여했다.

백악관측과의 면담에서 두 할머니는 "우리는 곧 죽는다. 군 위안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면담에 참석한 백악관 내 시민·사회 문제 책임자는 "더 늦지 않게 서둘러 이 문제를 주시하겠다"고 화답한 뒤 이례적으로 두 할머니와의 사진 촬영까지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이뤄진 국무부와의 면담에서는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두 할머니와 백악관·국무부와의 이례적 면담에 두 기관은 '비공개' 등의 단서를 달지 않았지만, 연쇄 면담에 관여한 미국 연방의회 고위관계자들이 "논의의 진척을 위해 당분간 면담 사실을 비밀에 부치자"고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면담에 관여한 소식통들은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가 군 위안부 할머니를 잇따라 만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번 면담을 계기로 미국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책방향에 일정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고 기대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가 처음으로 군 위안부 할머니를 만난 것은 미국 내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군 위안부 문제 공론화 작업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미국 사회에서 주목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2007년 미국 연방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HR 121)이 통과된지 7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주한인 풀뿌리 활동 콘퍼런스'에는 미국 연방의회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 콘퍼런스를 공동 주최한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백악관으로서는 의회의 거물들이 군 위안부 문제를 계기로 열린 한인행사에 대거 참석하자 무시할 수 없는 큰 부담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는 물론 행정부에서도 군 위안부 문제가 이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중요 현안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 1월 미국 연방하원은 미국 국무부로 하여금 일본 정부에 지난 2007년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준수하도록 독려하는 세출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이 법안을 주도한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이 최근 "미국 국무부가 법안 통과에도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점에 비춰 미국 정부가 후속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두 할머니를 잇따라 면담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법안은 지난 1월 15일과 16일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다음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식으로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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