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서 베일 안 쓴 여성 TV 뉴스진행 논란

여성의 사회활동에 제약이 심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방송에서 최근 베일을 쓰지 않은 여성이 뉴스를 진행하는 화면이 방영됐다.

사우디 국영방송은 문제의 뉴스가 영국에서 촬영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중동 현지 일간지 걸프뉴스가 5일 보도했다.

사우디 국영방송의 살레 알무가이리프 대변인은 최근 알에크바리야 뉴스 채널에 나온 여성이 "특파원으로 영국의 스튜디오에서 뉴스를 읽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여성은 사우디의 스튜디오에 있지 않았으며 우리는 이슬람 가치와 국가 체제에 어긋나는 범죄에 관용을 베풀 생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알무가이리프 대변인은 이 같은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우디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국영방송에서 베일을 안 쓴 여성이 뉴스를 진행하는 전례 없는 이 장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의 이슬람 전통에 어긋나는 '종교 범죄'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이 문제를 너무 크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사우디 국영방송에서 가끔 방영되는 외국 프로그램에서는 베일을 안 쓴 여성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생방송이나 국내 제작 프로그램에서는 모든 여성이 이슬람 전통 머릿수건인 히잡을 착용한다.

사우디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엄격히 적용해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등 철저한 남녀 차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은 남성 후견인이 동의해야 여행, 취업, 유학, 결혼과 이혼, 공공병원 치료 등이 가능하며 공공장소에서는 머리부터 발까지 가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여성에게 더욱 많은 권리를 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사우디 정부는 최근 수년간 제한적이나마 여성의 사회활동과 관련된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고 있다.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은 2011년 9월 지방선거 참정권을 여성에게도 부여하겠다고 선포하고 지난해 1월에는 슈라위원회의 위원 150명 가운데 30명을 여성으로 채우는 등 남녀 차별 완화 조치를 잇달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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