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의 검증·철회를 주장해 온 극우 성향의 산케이(産經)신문은 6일 사설에서 "근거없이 작문된 1993년 고노담화 등에서의 위안부가 강제연행됐다는 주장의 근거는 이미 붕괴됐다"고 규정했다.
이 신문은 기사를 취소한다는 표현이 특집 기사에 들어 있지만 1면 기사나 제목에는 없다며 삭제대상 기사 정도는 명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아사히신문의 보도가 한일 관계 악화의 발단이 됐음에도 전문가의 연구 부족 등으로 책임을 떠넘겼다고 비난했다.
산케이신문은 그동안 자사가 "고노담화가 허구적"이라고 주장하고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 씨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밝힌 것은 사실이 쌓여 역사 인식이 바르게 전해질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라며 자사의 취재·보도를 부각했다.
앞서 아사히신문은 5일 특집기사를 내면서 '요시다가 제주도에서 군 위안부를 강제연행했다고 증언한 것이 거짓이라고 판단해 1980∼90년대에 게재한 관련 기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산케이신문은 '아사히신문이 잘못을 인정하고 기사를 취소하는 데 30년이나 걸린 탓에 국제사회에서 일본에 대한 나쁜 인상을 심었고 일본의 명예가 손상당했다'는 니시오카 쓰토무(西岡力) 도쿄기독교대 교수의 견해를 함께 실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문제가 된 아사히신문의 보도가 한국의 반일 여론은 물론 일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세계에 심는 근거 중 하나였으며 좀 더 일찍 정정했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본 정부의 고노담화 검증에 참여한 역사학자 하타 이쿠히코(秦郁彦) 씨가 1992년 요시다 씨의 증언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지만, 기사가 수정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이나 문제점을 물리적인 강제연행의 문제로 좁게 해석하고서 '정부 자료에 군이나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이 없다'는 식으로 물타기를 해온 일본 우익세력은 아사히신문의 기사 취소를 계기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부정하는 언동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이 아사히신문 관계자를 국회에 소환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을 신호탄으로 이런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 내 군 위안부 문제 권위자인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주오(中央)대 교수는 "자유를 박탈당하고, 여성으로서의 존엄을 짓밟힌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5일자 아사히신문 보도에 관해 "여성들의 의사에 반해 위안부로 삼았다는 강제성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평가했다.
군 위안부 동원에 관해 일본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학자 등은 인도네시아 바타비아(현 자카르타)에서 열린 BC급 전범 군사재판 기록에서 강제 연행 사실이 확인된다는 점을 누차 밝혀왔다.
또 여성에 대한 전시 성폭력·성노에 문제인 군 위안부 제도를 강제 연행 여부에 국한해 접근하는 것은 사안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저해할 수 있다며 경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