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구 범천동에서 수 년 동안 골목가게를 운영하던 김모(35) 씨는 지난해 꿈에 그리던 주상복합건물의 점포를 분양받았다.
개인 편의점을 열 수 있다는 기대에 들뜬 기분도 잠시, 김 씨는 대기업 체인 편의점인 CU 측으로부터 이해하지 못할 제안을 받았다.
같은 건물에 편의점을 오픈 할 계획인데, 김 씨가 갖고 있는 담배판매권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며 개인 편의점을 포기하고 CU 점주에 입찰하라는 것이었다.
CU 측은 일반적인 수익배분보다 파격적인 조건으로 체인 편의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김 씨는 "만나자는 전화가 계속와서 나가봤더니, CU 직원 두 명이 담배판매권을 이야기하며 개인편의점을 포기하라고 했다"며 "CU 점주가 되면 8대 2로 수익을 배분해 주겠다고 회유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씨가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나타내자 CU 측은 수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제시하며 담배판매권을 넘기라고 금품 회유를 시작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천만 원을 부르더니 이후에 2천5백만 원, 3천만 원까지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 역시 김 씨가 거절하자 CU 측은 목이 좋은 다른 지역에 점포 부지를 확보해 줄테니 준비중인 편의점을 포기하라며 끈질기게 회유와 제안을 반복했다.
몇 년 간 준비해온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김 씨는 이 모든 제안을 거부하고 지난해 11월 CU 편의점과 불과 10m 거리를 두고 개인 편의점을 개업했다.
담배판매권을 기반으로 대기업 편의점과 경쟁하며 자리를 잡아가던 김 씨는 지난달 중순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자신을 상대로 수 차례에 걸쳐 회유와 설득을 반복 하며 담배판매권에 목을 메던 CU측이 버젓이 담배를 진열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CU 측은 해당 편의점이 개업한 이후 건물의 외부 출입문을 막고 내부에 통로를 내는 방법으로 일반 상가와 달리 법적용을 받는 구내 판매점 허가를 낸 것이었다.
사실상 건물의 구조 변경을 통해 외부로 통하는 길목을 하나 막은 셈인데, 건축주의 묵인 하에 관할 부산진구청은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담배판매권을 CU측에 허가했다.
김 씨는 골목상권에 침투한 대기업 편의점의 횡포에 구청이 눈을 막고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김 씨는 "골목상권을 지켜줘야할 구청이 버젓이 눈에 보이는 편법에 눈을 감은 것"이라며 "CU가 담배판매권을 얻은 이후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대해 당시 김 씨와 접촉했던 CU 측 관계자는 "구내 판매점 허가를 통한 담배 판매는 절차상 하자가 없다"며 "개업전 김 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금품 회유 등을 한 사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