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왜 군 사법제도 개혁이 다시 주목받나?"

"근본적인 제도개선 이뤄지면 군 내 폭력 상당부분 사라질 것"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 사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법조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지금 운영되는 군 검찰이나 군 판사 등 군 사법제도는 사법제도라 볼 수 없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군 판사나 군 검찰과 모두 군 지휘관의 참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전문성 없는 일반 장교가 심판관으로 참여하거나, 재판장을 맡는 제도, 형 감경 면제를 자유재량으로 할 수 있는 제도, 영장 발부부터 기소까지 모두 결재하는 제도를 이번 기회에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현장검증 (출처 = 육군)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도 "군대내 수사나 재판이 봉건영주나 고을원님 재판처럼 이뤄지고 있어서 수사나 재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군 사법제도를 제대로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왜 군 사법제도 개혁이 다시 부각되나?"(주목받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지금의 군 사법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냐?

= 그렇다. 28사단 윤 일병 사건에서 드러난 대로 군 사법체계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법조계와 정치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군 법무관 출신 법조인들도 이를 인정한다.

현행 군 사법제도는 수사에서 판결 및 확인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부대지휘관(소장급 이상)이 관장하게 되어 있다. 기소와 심판의 분리라는 근대 사법제도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제도인 것이다.

그래서 '원님재판'이나 '중세 봉건영주식 재판'이나 하는 비판들이 나오는 것이다.

사단장 이상 부대 지휘관은 군 검찰과 군사법원 행정을 총괄하는 '관할관'이다. 군 검찰관 인사권과 구속영장 청구, 기소·불기소에 대해 검찰관을 지휘·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다. 재판장과 주심 판사를 결정하고 판결이 나면 형을 줄일 수 있는 권한(확인조치권)도 있다.

현행 군사법원은 부대지휘관이 군사법원의 '관할관'으로서 법원행정사무를 관장하고, 국방부 장관 또는 각 군 참모총장이 군판사를 임명하고 관할관인 부대지휘관(통상 사단장)이 군사법원의 관할관으로서 군판사가 아닌 장교 중에서 심판관을 임명해서 재판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군검찰부는 통상 군사법원이 설치되어 있는 부대에 함께 설치되어 관할관이 부대지휘관이 검찰사무도 함께 관장한다.

국방부장관이나 각 군 참모총장이 군 검찰관을 임명해서 각급 부대에 소속시키면 관할관인 부대지휘관이 군 검찰과를 지휘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또 관할관은 군사법원의 판결에 대해 감형을 할 수 있는 확인조치권 까지 가지고 있다.

군 지휘관이 수사와 기소, 재판 그리고 형을 깎아주는 확인조치권 까지 행사한다. 북 치고 장구 치고 춤까지 출 수 있는 그런 구조인 것이다.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의원들이 연천 28사단 977포병대대 윤일병 폭행 사망사건이 발생한 의무 내무반을 찾아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윤창원기자
▶윤 일병 사건도 군 사법체계 때문인 거냐?

= 군 사법체계가 개선된다고 군대 내 모든 가혹행위나 사건사고가 사라지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군 사법제도가 개선되면 군대 내 폭력이나 가혹행위가 상당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나 정치권의 공통된 진단이다.

윤 일병 사건이 제 때 제대로 알려지고 수사가 이뤄졌더라면 22사단 총기 난사사건 이른바 '임 병장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국방부는 윤 일병 사망사건의 지휘책임을 물어 지난 4일 28사단장을 보직 해임했다. 그렇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넉 달이 지난 시점에서야 보직해임이 이뤄진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보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민구 신임 국방장관이 취임한 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고 한 장관이 언론보도를 보고 사건을 알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휘책임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였다.

윤 일병 사망사건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면 28사단장이 해임되고 권오성 육군 참모총장이 옷을 벗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지금 군 사법제도의 문제점인 것이다.

28 사단장은 윤 일병 사망사건이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가혹행위와 폭행으로 사망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질 경우 지휘책임을 져야하는 데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헌병대와 군 검찰 심지어 군 판사까지 지휘하는 게 지금의 군 사법체계인 것이다.

CBS 노컷뉴스가 입수한 윤 일병 사건 수사기록에 따르면 28사단 헌병대와 검찰은 수차례에 걸쳐 가해자와 목격자 진술을 받고 여러 증거확보에 나서 이모(25) 병장을 비롯해 선임병 4명이 사건 당일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윤 일병에게 폭행과 가혹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가래침 핥기, 물고문, 치약먹이기 등 가혹행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하고, 폭행 역시 수액을 맞춰가며 때릴 정도로 잔혹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이 당시 국방장관이나 참모총장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또 가해자들을 기소하면서 일부 혐의사실을 누락하거나 하사관의 폭행교사 혐의는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2013년 군대 내 사망 사고가 62건이 발생했는데 이 중 2/3가 넘는 42건이 사망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8일 육군 30기계화보병사단 장병들이 특별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전국의 각급 부대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특별지시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 장병이 참여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했다. 황진환기자
▶군 사법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닐 텐데?

= 그렇다.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다. 군대 내에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군 사법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해서도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군 사법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진단이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전문성 없는 일반 장교가 심판관으로 참여하거나 재판장을 맡는 제도, 형 감경 면제를 자유재량으로 할 수 있는 제도, 영장 발부부터 기소까지 모두 결재하는 제도를 이번 기회에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 정책위의장은 또 "군은 검찰관과 군 판사가 있지만, 영장 발부부터 형의 감경, 면제까지 사단장 이상 지휘관들이 모두 권한을 갖고 있는데 사단이나 ·군단장 등 지휘관이 사법체계를 운영하면 은폐. 축소 의혹의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진단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은 10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군 사법제도로는 수사나 재판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면서 "봉건영주나 고을원님 재판처럼 부대 지휘관이 수사와 기소 재판에 이어 관할관 확인조치까지 행사하는 건 사법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진단은 법조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직 검찰의 중견간부는 "지금 군 검찰, 군판사제도는 사법제도라 볼 수 없다"면서 "군 검찰과 군판사 모두 군대 지휘관의 참모에 불과하다. 28사단 군 검찰, 군판사 모두 사단장의 참모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국방부는 군 사법제도 개선안을 정부입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는데 당시 국방부 박동수 법무관리관은 '군 사법제도 개혁의 필요성'이라는 언론기고문에서 "군 지휘관이 군사법원의 관할관이면서 검찰까지도 향유하는 현재의 제도는 행정과 사법을 분리한 삼권분립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전 근대적인 제도"라고 실토했다.

이어서 "군 지휘관이 부대 내에서의 검찰권, (재판)관할권, 확인권 남용과 일탈은 어떠한 제한적 규정도 없이 자의적으로 행사되도록 방치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독선적 행위에 대해 법률적 제한 조치를 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2006년 9월 18일자 법률신문 기고)

군 사법체계가 정비 된다고 해서 군대 내 가혹행위가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군 사법체계를 바로잡는다면 군대 내 폭력은 상당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나 정치권의 공통된 진단인 것이다.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의원들이 연천 28사단 977포병대대 윤일병 폭행 사망사건이 발생한 의무 내무반을 찾아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윤창원기자
▶정치권과 법조계가 공감하는 데 왜 개선이 안 되는 거냐?

= 한마디로 하자면 군 지휘관들의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려운 얘기지만 군 사법제도를 '군기강확립 또는 지휘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느냐 아니면 '사법정의의 실현'이라는 차원에서 볼 것이냐 하는 문제가 끊임없이 논란이 돼 왔다.

2006년 당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 가담했던 법조인들의 공통된 의견은 "군 사법개혁안이 좌초한 것은 결국은 군 지휘관들의 반발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당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이후 사개추)에서 군 사법제도에 관한 전반적인 검토를 통해 군 사법제도 개혁안을 마련해 이를 국방부에 제시했고 국방부는 이 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해서 2006년 1월 5일 군사법원법 개정안 등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이 군 사법제도 개혁안은 국회에서 상당 기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여 상당부분 합의에 이르렀지만 임기 말로 가면서 추진동력이 떨어졌고 군 지휘관들이 반대로비에 나서면서 결국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제출된 지 약 2년 반 만에 제17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됨(2008년 5월 29일)과 동시에 자동 폐기되었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 참여했던 중견법조인은 "군이 동의한 개혁안이었지만 임기 말이 되니까 군 지휘부가 한나라당에 로비해서 결국은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면서 "당시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으니까 여. 야가 결심만한다면 그렇게 많이 손보지 않아도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회 간사 겸 제1법안소위원장으로 군 사법제도 개혁을 주도했던 이상민 의원은 "지난 17대 국회 후반기 사법개혁안을 추진할 때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발의되었으나 군 지휘부의 로비로 통과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육군 윤 일병 폭행 사망과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우측)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좌측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창원기자
▶군 지휘부가 왜 반발한 것이냐?

= 김현정 앵커는 지금 우리나라가 전시라고 보냐? 평시라고 보냐?

한국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시라는 것이 군 지휘관들의 주장이라고 한다. 무슨 얘기냐 하면 1953년에 한국전쟁은 종료됐지만 종전이 아닌 정전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군대 내에서는 지금도 전시상황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지금을 전시상황으로 보면 부대 내에 군사법원이 설치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또 군 지휘관들은 군 사법체계를 자신들의 지휘권 확보를 위한 절차, 지휘의 한 방편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중견 법조인은 "군 사법체계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너무 원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군 지휘관들이 '정전상태'라는 이유로 지금을 '평시'로 보는 게 아니고 자꾸 '전시'라고 강요한다. 그러면서 군 사법체계가 60년대의 원시적 제도에 머무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렇지만 한국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났다. 군 사법제도 개혁안의 내용을 보면 군 지휘관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오히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군 사법제도 개선안은 처음에는 평시 군사법원은 폐지해서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고 군 검찰관만 운영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군 지휘관들의 강력한 반발로 군사법원을 국방부로 일원화해서 고등군사법원과 지역군사법원으로 분리하는 안이 만들어졌다.

당시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 내용은 현재 사단급 이상의 부대에 설치되어있는 보통군사법원을 폐지하고, 군사법원을 고등군사법원과 지역군사법원으로 구분하여 국방부 소속으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고등군사법원은 국방부에 설치하고, 1심법원인 지역군사법원은 5개 지역(서울,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 지역)에 나누어 설치하여 각 권역별 군판사단이 부대를 순회하며 재판을 실시한다.

지역군사법원은 상설화된 1심 법원으로서 군사재판업무를 수행한다. 군판사의 소속은 국방부로 하고 군판사의 임명은 군판사위원회의 심의절차를 거쳐 국방부장관이 하도록 하였다. 단, 고등군사법원장은 국방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군판사의 인사에 관한 권한을 국방부장관으로 일원화하면서도 별도의 심의기구인 군판사위원회를 거치도록 하고 군판사위원회 구성시 민간인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고등군사법원장을 비롯한 군판사 중 일정비율은 민간인으로 충원하되 특정직 공무원으로 하였다.

군 검찰의 경우 '군 검찰 조직 등에 관한 법률'의 주요내용을 보면 고등검찰단 및 지역검찰단 설치와 관현해서는 현행 국방부 검찰단과 각 군 본부 고등검찰부 및 사단급 부대의 보통검찰부를 폐지하고 군 검찰단을 고등검찰단과 지역검찰단으로 구분하여 국방부소속으로 일원화한다. 고등검찰단은 국방부에 설치하고, 지역검찰단은 지역군사법원에 대응하여 5개 지역에 설치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특례규정을 두어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는 현행제도와 같이 사단급 이상의 부대에 보통군사법원을 설치하고, 관할관제도 등 현행과 동일하게 운영하도록 했다.

당시 관련 법률안은 ▲「군사법원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안」▲「군검찰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안」, ▲「군형사소송법안」, ▲「장병등의 군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안」, ▲「 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군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개정안」, ▲「군형법 개정안」등이다. 이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우리나라 군 사법체계가 미국의 제도를 가져온 것 아닌가?

= 그렇다. 우리나라의 군 사법제도는 미국의 군사법통일법전(UCMJ: Uniform Code of Military Justice)을 참조하면서 제정되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미국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참여정부 당시 군 법무관으로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 참여했던 최필재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군 사법제도는 일본제국주의의 군사문화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데 사법제도는 미국의 것을 가져오면서 연혁적으로 보면 안 좋은 것만 가져온 기형적인 구조"라고 진단했다.

미군의 경우 '재판에 대한 지휘관의 영향력 행사'는 미 군사법통일법전에 범죄로 규정되어 있다. 즉, "군사법원의 소집관이나 기타 지휘관은 군판사나 변호인 기타 법원의 구성원에 판결 혹은 기타 재판절차상 역할과 관련하여 간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제37조)라고 규정돼 있다. 지휘관이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이 증명되면 재판 전체가 취소된다고 한다. 당연히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한 지휘관은 처벌도 받는다.
따라서 그러한 일이 그렇게 많이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미 육군 범죄수사 사령부
(CID) 수사관에 대한 지휘관의 영향력 행사를 금지하는 규정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미국의 제도는 가져왔지만 지휘관이 수사와 기소, 재판에다 형을 감경하는 확인조치권까지 지휘관에게 유리한 것만 받아들인 것이다.

최필재 변호사는 "미국은 세계군대를 지향하니까 군대의 상당부분이 해외에 주둔한다.
그러니까 평시라도 군대 지휘관이 군 사법체계를 관할하게 된 것"이라면서 "미군은 모병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우리 군과는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평시 군사법원은 폐지한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최필재 변호사는 "평시 군사법체계를 외국 여러 나라의 입법 예를 찾아보니까 평시 군사법체계가 없는 곳이 너무 많았다"면서 "전시에는 두고 있지만 평시에는 군사법원을 운영하지 않는 나라가 너무 많았다"고 당시의 조사결과를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대부분의 나라, 유럽이라던가 우리와 비슷한 대만도 최근에 평시 군사법원이 없어졌다"라고 덧붙였다.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왜 군 사법제도 개혁안이 다시 주목받는 것이냐?

= 그동안 여러 차례 군대 내 가혹행위나 총기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군 사법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군 사법제도는 2006년 국방부의 입법안이 2008년 자동 폐기된 뒤 아직까지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 윤 일병 사망사건과 22사단 임 병장의 총기난사 사건 등 일련의 군대 내 사고가 이어지면서 다시 군 사법개혁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자신이 법사위에 온 첫 번째 소임이 군 사법개혁"이라면서 "군 사법개혁안은 정부안으로 제출됐는데도 하나도 못 건드렸는데 이번에 윤 일병 사건이 터졌다. 불행한 사건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군 사법개혁을 제대로 하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 의장도 "이번기회에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도록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윤 일병 사망사건 이후 최근 들어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가혹행위와 왕따를 참고 있으면 윤 일병처럼 맞아죽고, 못 참으면 지난 6월 22사단 GOP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 병장이 된다는 자조 섞인 비유이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지난 6일 트위터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당연지사처럼 통용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되듯이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말이 당연지사처럼 통용되는 사회가 된다면 그 사회야 말로 몰락일로의 절망적 사회이다" 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군 사법제도를 바로잡고 군대 내 문화도 개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윤 일병 사건으로 인해 젊은이들은 군대에 못가겠다고 하고 부모들은 군대에 못 보내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윤 일병 사건이 지금은 뜨겁게 달아올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이 한 달 두 달 지나다보면 또다시 망각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윤 일병 사건을 '군대 내 세월호 참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번 기회에 근본족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8일 국방부 앞에서 '윤 일병과 또 다른 모든 윤 일병들을 위한 추모제'가 열렸는데
윤 일병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는데 "이제는 정말 편히 쉬렴. 엄마 아빠 누나들은 너의 안타깝고 슬픈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정확한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란단다. 또 네가 한 알의 밀알로 썩어져서 너의 죽음을 통해 다시는 너와 같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제2, 제3의 윤 일병이 나오지 않기를 너무나도 간절히 바라고 기도한단다 "라는 심정을 밝혔다.

제발 다시는 제2의 윤 일병이 나오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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