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사기 피해자와 대포통장 명의자 책임비율은

대구법원 "보이스피싱 피해자 책임 60%, 명의자 40%"

보이스피싱에 속아 돈을 입금한 사람과 일명 '대포통장'을 만들어 전화금융사기 조직에 넘긴 사람의 법적 책임비율은?

이모(52)씨는 지난해 11월 모르는 사람이 전화로 "아들을 납치했다. 3천400여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해코지를 하겠다"는 협박전화를 받고 한 은행 계좌로 1천500만원을 보냈다.


이씨가 입금한 돈 가운데 1천400여만원은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곧바로 인출했다.

범행에 이용된 계좌는 최모(58)씨가 대출을 받으려고 현금카드와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모르는 사람에게 이미 넘긴 상태였다.

뒤늦게 보이스피싱을 알게 된 이씨는 "최씨가 범행에 가담한 만큼 피해금액 전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거나,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공동불법행위자인 만큼 송금한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냈다.

피해 금액 전부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이씨의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권순형 부장판사)는 최근 "최씨가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범죄에 사용될 수 있도록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전자금융 접근매체를 양도·교부한 것은 성명불상자의 범죄행위를 쉽게 해 이를 방조한 경우에 해당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전 국민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는 홍보가 활발히 이뤄지는데 송금하기 전 금융사기가 아닌지 의심해보고 좀 더 조심스럽게 대처해야 했는데도 사기조직이 시키는대로 수차례에 걸쳐 경솔하게 송금한 이씨의 잘못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최씨의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즉 보이스피싱 피해자 이씨의 책임(60%)이 더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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