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제는 위헌" 아베 확답에도 일본 내 불안감 확산

일본에서 징병제가 도입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징병제가 헌법 위반이라서 도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거듭 밝혔지만, 징병제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양상이다.

일본에서 징병제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것은 아베 정권이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을 추진한 것이 계기를 제공했다.

12일 아사히(朝日)신문은 아베 총리가 집단자위권 추진 구상을 밝히고 3일 뒤인 올해 5월 18일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전 관방장관이 "자위대원이 몇십 명 죽었을 때 지금 방식으로 자위대가 모집되겠느냐. 집단자위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 징병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것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에다노 전 관방장관의 발언을 다룬 기사가 정치인의 발언치고는 이례적으로 4천 번 넘게 트위터에서 리트윗 된 것이다.

이후 일본의 주간지나 일간지 등이 징병제에 관한 찬반의견·전망을 내놓았고 각종 투고란에도 글이 이어지는 등 상황이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오타 게이코(太田啓子) 변호사가 시민을 상대로 여는 헌법 공부모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만연한 불안감이 포착된다.

모임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징병제가 되는 것이냐', '아이들이 전쟁터냐 가게 되느냐'는 등의 질문을 매번 쏟아낸다.

일본 정부는 내각관방 홈페이지에 징병제가 헌법상 인정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고 아베 총리도 이를 누차 강조했다.

일본 헌법 18조는 노예와 같은 구속 및 고역(苦役)으로부터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안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도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단자위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헌법 해석을 아베 내각이 변경했듯이 징병제가 위헌이라는 견해도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이 바꿀지 모른다는 것이다.

현재 정권의 핵심 인사가 과거에 했던 발언도 불씨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2002년 5월 중의원 헌법조사소위원회에서 "징병제가 헌법 위반이라는 것은 의사에 반한 노예 같은 고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므로 절대 찬성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젊은 계층이 줄어들고 자위대가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징병제가 검토될 수 있고 안정적인 직장을 마련하지 못한 빈곤층이 어쩔 수 없이 자위대원이 되는 이른바 '경제적 징병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현대의 전쟁이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을 징집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전문가 견해를 소개하고 징병제가 현실성이 부족한 담론이라고 평가한다.

이 신문은 그럼에도 징병제 논의의 이면에는 안보정책론이나 헌법론, 저출산, 경제적 격차 등 일본 사회의 여러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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