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군내 집단가혹행위 근절 입법화…국방수권법 명시

윤일병 사건과 유사한 '데니 첸·해리 루' 사건 영향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이 군대 내 집단 가혹행위로 사망해 우리 사회가 큰 충격에 빠진 가운데 미국 하원이 올 상반기에 군대 내 집단 가혹행위 근절대책을 입법화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두 명의 중국계 병사가 집단 가혹행위로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앞으로 우리 정부의 관련 대책 수립과 국회의 입법과정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지난 5월말 전체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국방수권법(H.R 4435)에 군대 집단 가혹행위(hazing)의 정의를 재규정하고 미국 회계감사원과 미국 각 군 지휘부에 정밀 실태조사와 함께 관련대책을 수립하라고 요청했다.


하원은 국방수권법에서 군대 내 집단 가혹행위를 소속부대나 계급에 상관없이 군의 동료에게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가학적이고 수치심을 주는 행동으로 정의하고 제3자에게 이 같은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거나 위협하는 것도 집단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집단 가혹행위는 반드시 신체적 접촉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언어적 또는 심리적으로 가해하는 경우도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하원은 집단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첫 대책으로 집단 가혹행위를 당할 경우 피해자 또는 목격자가 익명으로 즉각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전화통화 서비스를 개설하도록 했다.

또 우리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회계감사원으로 하여금 1년 이내에 각 군과 사관학교, 교육·훈련기관 등에서 발생한 집단 가혹행위의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대책을 보고하도록 했다.

미국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 각 군도 6개월 이내에 관련 실태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회계감사원과 군 당국이 보고할 내용은 ▲각급 부대의 집단 가혹행위 규모 ▲지난 5년간 각급 부대에서 발생한 사건 수 ▲관련 대책과 교육·훈련 프로그램 유무 ▲피해자와 목격자가 신고할 수 있는 가용수단 ▲집단 가혹행위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군의 대응조치 ▲집단 가혹행위를 추적·보고하는데 필요한 대책 등이다.

회계감사원과 군 당국은 하원은 물론 상원 소관 상임위원회인 군사위, 감사·정부개혁위, 상업·과학교육위 등에도 관련 내용을 보고하도록 했다.

집단 가혹행위 관련 조항은 당초 하워드 매키언 하원 군사위원장이 발의한 국방수권법 원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하원 사법위원회 소속 주디 추(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의 수정안 제출로 막판에 반영됐다.

추 의원은 2011년 4월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됐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리 루 상병(당시 21세)의 숙모다. 루 상병은 초병근무 중 잠을 잤다는 이유로 동료 해병들로부터 얻어맞고 괴롭힘을 당한 뒤 권총으로 자살했다.

추 의원은 또 루 상병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역시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됐다가 자살한 대니 첸(당시 19세)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적극적인 입법활동을 펴고 있다.

추 의원은 지난 5월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집단 가혹행위는 병사들 사이에 공포와 불신을 키우고 단합을 해치는 것으로 군대 내에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고 결국 하원 전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