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이고 따뜻한 교황의 모습은 방한 기간 내내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한국 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던졌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참다운 목자의 모습을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겸손하고 열린 마음으로 낮은 곳에 임하는 그의 행적과 그가 던진 메시지는 치유와 위로에 목말라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셨다.
세월호 유족과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을 만나 따뜻한 손길로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낮고 겸손한 자세로 임하는 소탈한 모습은 사회의 어둡고 소외된 계층에까지 환한 빛을 비추었다.
한국 땅을 떠나는 순간까지 교황은 힘없고 억눌리고 소외받은 이들과 함께했다.
교황이 집전한 마지막 미사에는 위안부 할머니와 쌍용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희생자 유족,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제주 강정마을 주민이 초청됐다.
교황은 특히 맨 앞줄에 앉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다가가 두 손을 부여잡고 따뜻하게 위로했다.
차량으로 이동하면서도 어린아이들에게는 입맞춤을 해주며 축복해주었고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는 용기를 북돋워주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방한 과정에서 교황이 보여준 참된 목자의 모습은 성장제일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한국 교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는 방한 첫날 주재한 주교회의에서는 "영적(靈的) 웰빙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잘사는 교회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난한 이들이 교회에 들어가는 것이 부끄럽게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 성직자들에게 던진 메시지이지만 소외된 이웃을 돌보지 않은 채 교회의 성장만 추구하는 대형교회 중심의 개신교에게 더 아프고 따끔한 충고였다.
교황은 교회는 가난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교회가 부자가 되려는 순간 물질주의에 빠지고 소외된 이웃 상처받고 가난한 양 떼들을 돌보아야 할 본연의 임무를 잊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교회는 성장을 멈추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것은 교회가 소외된 이웃을 외면하고 평화와 화해 치유와 공감의 메시지를 잃고 있다는 평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대형교회들이 가난하고 힘 없는 이웃을 위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외면한 채 권력편에 서서 교회의 양적 성장과 물질적인 풍요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교황의 방문은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상처받고 억눌리고 고난받는 이들을 위한 사역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교황 방한이 한국교회가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본래의 기독교의 모습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