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세월호 유족 고통 앞 중립지킬 수 없어"(종합2보)

기내 기자회견…"한국민·군위안부 피해자, 품위 잃지 않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세월호 유족에 깊은 관심을 보인 이유를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현지시간) 한국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교황은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고 소개했다.

이 제안에 교황은 그에게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방한 기간 내내 노란 세월호 리본을 착용한 채 미사 등 각종 행사에 나섰고 이날 귀국 길 기자회견에도 세월호 리본은 교황의 왼쪽 가슴에 그대로 달려 있었다.

AP통신은 교황 방한을 정리하는 기사에서 16일 광화문광장 시복식에 앞서 카퍼레이드하던 교황이 차에서 내려 세월호 유족의 손을 잡고 얘기를 들어준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17일 세월호 희생자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를 만났을 때도 "인간적인 고통 앞에서 서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며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그렇게 한다'고 여기겠지만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면서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자의 질문에도 답했다.

그는 "한국민은 침략의 치욕을 당하고 전쟁을 경험한 민족이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았다"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이분들이 소녀였을때 침략으로 끌려가 이용당했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들이 이처럼 큰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품위를 잃지 않았는지를 얼굴에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북문제와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단으로 많은 이산가족이 서로 상봉하지 못하는 것은 고통이다"면서도 남북한이 같은 언어를 쓰는 '한형제'인만큼 희망이 있다는 기대를 표했다.

그리고 남북의 하나 됨을 위해 다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하고 예정에 없던 침묵의 기도를 올렸다.

교황은 전쟁의 '잔인함'과 '고문'을 인간성에 어긋나는 두가지 죄로 꼽으면서 인류가 현재 얼마나 잔인해졌는지, 고문이 얼마나 일상화됐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교황청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중국과 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황은 "내게 중국에 갈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당연하다. 내일이라도 가겠다'이다"라며 "교황청은 중국 국민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종교의 자유를 원할 뿐 다른 어떤 조건도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방한길에 처음으로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인에 대한 축복 메시지를 전했으며 17일에도 중국, 북한 등 아시아 지역의 교황청 미수교 국가와 대화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드러냈다.

교황은 자신에게 쏠리는 대중적 관심에 대해서는 한 발짝 물러섰다.

교황은 "내면적으로, 내가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오만하지 않도록 내 죄와 잘못을 돌이켜 본다"면서 "인기라는 것은 기껏해야 2∼3년밖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황은 "교황청 내에서 일하고 휴식하고 수다도 떨며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며 "주변에서 교황은 엘리베이터도 혼자 타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나는 '나 혼자 타겠으니 당신 일을 하라'라고 말하는데 이게 사실 정상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교황의 방한 결산 기자회견은 한 시간 동안 이탈리아어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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