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로시마 주택가 산사태로 36명 사망·7명 실종(종합)

경찰·자위대 등 급파해 수색·구조작업…아베 골프 논란

일본 히로시마(廣島)시 주택가에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43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고 교도통신과 NHK 등이 보도했다.

19일 밤부터 20일 새벽 사이 히로시마 아사미나미(安佐南)구와 아사키타(安佐北)구 등 주택가 뒷산 여러 곳에서 국지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민가를 덮쳤다.

20일 오후 9시46분 현재 확인된 사망자는 36명, 실종자는 7명이며 수색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인명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참사가 발생한 주택가 뒷산에서는 폭우로 토사가 경사면을 따라 여러 갈래로 흘러내리며 주택을 덮쳤다. 지반 붕괴도 이어졌고 일대 가옥은 파손되거나 토사·목재에 묻혔다.

실종자는 흙더미에 묻혔거나 폭우로 불어난 하천에 휩쓸려 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아사미나미구에서는 어린이 2명(11살, 2살)이 흙더미에 묻혀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히로시마 기상대에 따르면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에는 20일 오전 시간당 1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아사키타구는 이날 오전 1시 반부터 3시간 강수량이 관측 사상 최고인 217.5㎜를 기록했다.

국토교통성 기술정책종합연구소는 이번 산사태로 폭 50m 토석류가 발생한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일본 언론은 심야에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고 피난 권고 발령이 늦은 것이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히로시마시는 곳곳에서 토석류가 발생한 후인 오전 4시20분 이후 피난 권고를 발령했다.

마쓰이 가즈미(松井一實) 히로시마 시장은 이에 관해 "매우 안타깝다. 피난권고까지 발령할지를 망설였다는 보고를 받았다. 개선할 점이 없는지 잘 검토해 필요한 시정조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휴가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는 야마나시(山梨)현에서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등과 골프를 하다가 중단하고 도쿄의 총리관저로 복귀했다.

총리관저 측은 아베 총리가 이날 오전 6시30분께 피해상황 파악과 실종자 구조 등에 전력을 다하도록 관계부처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야당은 재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골프를 시작한 것을 비판했다.

오하타 아키히로(大전<白밑에田>章宏) 민주당 간사장은 "골프를 아침부터 취소했어야 한다. 아베 정권 전체의 해이가 오늘 아침의 행동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마타이치 세이지(又市征治) 사민당 간사장은 "총리에게 재해 정보가 신속하게 전해졌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방위성은 히로시마현의 재해파견 요청에 따라 육상 자위대원 500명을 현지에 급파했다.

경찰청은 인근 6개 현 경찰본부 인력으로 구성한 광역긴급구조대와 긴급재해경비대 등 710명을 파견해 수색·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도로가 토사에 파묻혀 차량·장비가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당국은 수작업으로 실종자를 수색하고 헬기로 고립된 주민을 이송하고 있다.

NHK는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던 소방대원 1명이 토사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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