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군대가기 싫어요" 잇따른 군 사고에 초딩까지 '벌벌'

"아빠·삼촌이 살아 돌아온 게 기적"…전문가들 "대화로 불안함 줄여줘야"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현장검증 (출처 = 육군)
지난 20일 경기도 화성의 영어학원 셔틀버스 안. 초등학생 남자 아이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검색한 뉴스는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관련 기사. 친구들과 재잘재잘 떠드는 여학생들과 달리, 남학생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진지하고 심각했다.

"아 정말 너무하네! 우리보고 이런 악마같은 곳에 가라는 거야?"


군대 내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과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군입대에 대한 불안감이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입대까지는 아직 10년이나 더 남았지만 아이들은 "10년 후든 20년 후든 군대를 무조건 가야 하는 상황에서 윤일병이 내가 될 수도 있고 내 친구가 될 수도 있다"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초등학교 4학년 A(11) 군은 요즘 윤일병 사망 사건 기사를 빠짐없이 확인한다.

A 군은 "신병은 애기나 마찬가진데 왜 때리고 기합을 주는 지 이해가 안 간다"며 "군대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의무이기 때문에 군대를 가야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사나이가 돼서 돌아오는 게 아니라 죽어서 돌아온다면 법을 고쳐서라도 군대를 안 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이민을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장교로 지원하는 등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아이들도 있다.

초등학교 4학년 B(11)군은 "사람이 죽을 정도로 나쁜 군대에 가기 싫어서 엄마와 요즘 이민 이야기를 한다"며 "대한민국 남자라면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하는데 안 갈 수도 없고…"라며 한숨을 쉬었다.

B 군은 "우리 아빠가 군대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게 기적 같다"며 "나도 나중에 군대를 간다면 그거 믿고 한번 가보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박재용(44)씨는 "군 폭행 뉴스를 본 아들이 나중에 크면 부하를 거느릴 수 있는 장교로 군대에 지원할 거라고 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등학생들의 불안이 "민감한 자극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라면서도 "불안한 감정을 완화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지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은정 교수는 "인지적으로 미성숙한 초등학생이 윤일병 사건과 같은 두려움을 일으킬만한 자극에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특히 남학생들은 병역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꼭 당해야 하는 일처럼 느낀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감정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일부는 심각한 불안증 등 병리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며 "대화를 통해 불안함을 완화시키는 한편 주변에서 군대를 다녀온 가족들을 통해 아이를 안심시켜주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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