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프리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에볼라 주요 발병국인 라이베리아를 방문해 "에볼라 발병은 진정한 위기"라며 "불행히도 아직 최악의 순간까지 도달하지 않았고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리든 소장은 "에볼라 감염·사망자 통계가 집계된 것보다 훨씬 많다"며 "뭔가를 은폐하려고 한 것이 아니고 수치가 너무 빠르게 늘어나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에볼라의 감염방식이 파악됐기 때문에 감염확산 저지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리든 소장은 라이베리아 현지 TV를 통해 "에볼라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에볼라 감염방식을 파악하고 있고 이를 막을 방법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터 피오트 영국 런던대학 위생열대의학대학원장도 에볼라 발병 상황이 '더 할수 없이 나쁜 상황'이라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피오트 교수는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오랜 내전으로 보건 서비스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 국가에서 에볼라가 퍼졌고 발병국 국민이 당국을 믿지 못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7월에야 에볼라 사태에 관심을 기울였고 개입이 지나치게 늦었다고 비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는 상황에서 WHO와 의료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도 에볼라 확산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WHO는 시에라리온에서 근무하던 의료직원이 에볼라에 감염되자 나머지 직원도 잠정 철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에라리온에 있던 WHO의 에볼라 연구소도 문을 닫았다.
MSF는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4명이 에볼라 양성반응을 보인 사실을 확인했지만 제한된 도움밖에 줄 수 없다고 밝혔다.
MSF 관계자는 "보통은 출혈열 전문가들을 현장에 보내지만 지금은 서아프리카의 대규모 발병을 대처하기 바쁘다"며 "민주콩고의 감염상황까지 대처하기엔 역량이 달린다"고 설명했다.
WHO의 집계에 따르면 이번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으로 총 2천615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1천427명이 숨졌다.
특히 초과 근무, 개인 보호장비 부족 등으로 의료진 240명 이상이 에볼라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12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