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지방도시, 아동 성범죄 피해 방치 드러나 파문

영국의 한 지방도시에서 최근 16년간 당국의 수수방관 속에 1천400여명의 아동이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지방의회 의장이 사퇴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고 BBC방송이 26일 보도했다.

영국 사우스요크셔주 로더럼 자치구의 아동 성범죄 피해 보고서에 따르면 1997∼2013년 사이 최소 1천400명의 아동이 성폭행과 유괴, 폭행, 협박, 인신매매 등의 범죄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 대다수는 아시아인 남성으로 확인됐으나 당당 공무원들은 이를 공개적으로 밝힐 경우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에 적극적인 대응을 꺼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관으로부터 이 사실을 공개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로더럼 자치구 의회의 의뢰로 알렉시 제이 교수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이미 2002∼2006년 3차례 조사가 이뤄져 의회와 경찰 등 관계 당국이 아동 성범죄 문제의 심각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도 적시했다.

제이 교수는 "수년간 이어진 아동 성범죄의 정확한 규모는 아무도 모른다"며 첫 보고서는 공무원들이 자료를 믿지 않아 그냥 덮어지고 나머지 보고서 2건도 무시됐다고 밝혔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전문가들이 성범죄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을 관찰하려 시도했으나 공무원들이 거의 돕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의회 지도부는 이 문제에 대한 대처에 실패했고 고위 공무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했으며 경찰은 이 문제를 부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자벨이라는 가명으로 BBC 방송과 인터뷰한 한 피해자는 "당시 나는 아이였고 그들은 개입했어야 한다"며 "무언가가 바뀌기에는 너무 늦었다. (아동 성범죄는 즉시) 중단되고 예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로더럼 자치구 의회 의장을 맡은 로저 스톤은 "분명히 밝혀진 역사적 실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며 사퇴했다.

로더럼 지역 경찰 책임자인 제이슨 하윈도 "지역 경찰에 기대했던 만큼 도움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이런 사안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점검했고 몇몇 가해자들을 찾아내 기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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