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 무장단체 IS에서 재차 석방을 요구한 파키스탄 여성 과학자 아피아 시디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S뿐만 아니라 여러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으로부터 인질 맞교환 대상으로 수차례 거론된 전력 때문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26일(현지시간) IS가 26세 미국 여성 인질과 교환을 요구한 시디키를 소개하면서 이전에도 알카에다나 탈레반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에서 그의 석방을 요구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FP 등에 따르면 '레이디 알카에다'라는 별칭으로도 알려진 시디키는 올해 46세의 파키스탄 국적 여성으로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신경과학을 공부하고 브랜다이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엘리트 과학자다.
시디키는 2008년 시안화나트륨(청산가리)과 테러계획이 적힌 종이를 가지고 있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붙잡혔다. 이후 아프가니스탄 내 미국인을 공격·살해하려 한 혐의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았으며 2010년 86년형을 선고받아 텍사스 교도소에 갇혀 있다.
시디키가 체포 당시 가지고 있던 종이에는 폭탄·화학무기 제조법과 에볼라 바이러스 무기화 계획,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등 미국 내 주요 장소에 대한 테러계획 등이 적혀 있었다.
그는 미 연방수사국(FBI)과 미군 관계자들로부터 조사를 받을 당시 취조실 안 탁자에 놓여 있던 총기를 집어들어 쏘는 등 거세게 저항하기도 했다고 FP는 전했다.
그는 또한 9·11 테러를 지휘한 알카에다 전 작전사령관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의 조카와 재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수감된 이후 알카에다 뿐만 아니라 탈레반, IS 등 여러 극단주의 세력이 사디키의 석방을 요구해왔다.
2010년에는 탈레반이 영국인 구호단체 직원 린다 노그로브 대신 사디키를 풀어달라고 요구했고, 2011년 말 알카에다가 파키스탄에서 미국인 남성 워런 웨인스타인을 납치한 뒤에는 최고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나서서 교환 대상으로 사디키를 지목했다.
최근에는 IS가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하기 전 인질 교환 대상으로 사디키를 지목했다는 사실이 미국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FP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뿐만 아니라 파키스탄 정부도 2년 전 '시디키를 풀어주면 탈레반에 납치된 보 버그달 병장이 석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미국 정부에 제안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FP는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전현직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테러 세력에 양보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이유로 버그달과 사디키의 맞교환 제안을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던컨 헌터(공화·캘리포니아) 미 연방하원의원 측도 당시 국방부 내에서 버그달 병장과 사디키의 교환이 논의됐으나 해당 내용이 척 헤이글 국방장관까지는 전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버그달 병장은 탈레반에 억류된 지 5년 만인 지난 6월 탈레반 죄수 5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