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했을 때만해도 박 대통령의 운신의 폭은 좁았다.
교황이 5일 동안 머물면서 다섯 차례나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상처를 어루만져 줬지만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메시지만 반복해서 전달해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은 청와대가 나설 일이 아니고 국회에서 여야가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논리로 비판 여론을 피해갔다.
때마침 새정치민주연합의 재협상 타결→유가족 설득 실패→장외투쟁으로 이어지는 갈지자 행보에 비판이 집중되면서 청와대와 박 대통령에 쏠렸던 관심이 분산됐다.
박 대통령의 마이웨이 행보는 지난 6일 영화 '명량' 관람에서 시작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농성이 계속되는 데 영화를 보러 갈 때냐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관람을 강행함으로써 명량 돌풍에 일조했다.
지난 27일 '문화가 있는 날'에 융·복합 공연 'One Day'를 관람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세월호 문제만이 아니라는 무언의 시위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2일 부산 자갈치 시장을 방문해 민생 행보에 다시 시동을 건데 이어 28일에는 6일 만에 부산을 다시 방문해 수해지역 현장을 둘러보고 피해주민들을 격려했다.
이런 적극적인 민생행보는 세월호 특별법에 묶여 다른 민생을 챙기지 못하고 있는 야당의 모습과 대비된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3일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다시 한 번 촉구하면서 국회, 특히 야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규제개혁을 위해 관계 장관들을 다시 한 번 다그치면서 추석 연휴 민심의 화두를 선점하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있다.
오는 1일 여당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3차 만남에서도 특별법에 대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에게 돌아올 부담은 만만찮을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에 진전이 없는 한 박 대통령의 민생·경제행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 갤럽의 8월 마지막 주 정기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박 대통령이 아시안게임 참가선수단을 격려하고 수해현장을 방문하며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수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였음에도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1%p 떨어진 45%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