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참았던' 류현진의 주루, 안 뛰길 잘했다

'안 뛰길 잘 했죠?' 1일(한국 시각) 샌디에이고 원정에 선발 등판해 시즌 14승째를 거둔 LA 다저스 류현진.(자료사진)
류현진(27, LA 다저스)이 복귀전을 치른 1일(한국 시각) 샌디에이고(SD) 원정. 지난달 14일 애틀랜타 원정에서 경기 중 오른 엉덩이 근육 염좌 부상 이후 18일 만이다. 순조롭게 재활을 마친 류현진은 예정대로 자신의 선발 순서에 돌아왔다.

이날 류현진은 1회부터 시속 95마일(약 153km)을 찍을 만큼 힘이 넘쳤다. 부상 후유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무기 체인지업을 비롯해 슬라이더의 구위도 나쁘지 않았고, 커브의 낙차는 여전했다.

다만 류현진은 공격에서 시험대를 맞았다. 타석이 아닌 누상에서 진퇴를 고민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3회 두 번의 득점 기회, 뛰지 않았다

1-1로 맞선 3회 류현진은 선두 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 에릭 스털츠로부터 볼넷을 골라냈다. 1사 후 핸리 라미레즈도 볼넷을 얻어 류현진은 2루까지 진루, 득점권에 나섰다.

문제는 이후 두 타석이었다. 3번 애드리언 곤잘레스가 중전 안타를 때려냈을 때였다. 2루 주자 류현진은 힘차게 3루를 돌아 홈까지 향했지만 3루 주루 코치의 정지 사인에 멈춰야 했다. 다소 짧은 타구였고, 걸음이 느린 류현진이라 무리하지 않겠다는 판단이었다.

이어 4번 맷 켐프는 우익수 쪽 뜬공을 날렸다. 웬만한 3루 주자라면 태그업으로 홈 쇄도가 충분한 타구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뛰지 않았다. 상대 우익수 라이머 리리아노의 어깨가 강하기도 했다. 리리아노는 올해 마이너리그 92경기에서 보살을 13개 기록했다.

류현진의 부상 재발을 우려한 부분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엉덩이 쪽 부상 부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루 동작인 만큼 쇄도 사인이 나지 않았다. 더욱이 전력질주를 한다면 다음 3회말 투구 때 호흡도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결국 다저스는 후속 스캇 반 슬라이크가 외야 뜬공으로 물러나 득점이 무산됐다. 1-1로 맞선 가운데 추가점이 절실한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참길 잘했다' 5회 추가점, 8회 쐐기점

그러나 다저스는 주자 류현진보다 투수 류현진을 택했다. 류현진은 2회부터 5회까지 모두 삼자범퇴 이닝을 처리하며 화답했다. 특히 1회 리리아노 이후 6회 1사에서 얀게르비스 솔라르테에 중전 안타를 맞을 때까지 14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는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 사이 다저스는 5회 기다리던 추가점을 냈다. 라미레스의 볼넷과 곤잘레스의 안타로 만든 1사 1, 2루에서 켐프가 중전 적시타를 날려 2-1을 만들었다. 다만 이어진 1사 1, 3루 기회는 반 슬라이크의 병살타로 무산됐다.

입맛을 다실 아쉬움은 남지만 어쨌든 리드를 안긴 점수였다. 류현진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출 만큼은 됐다.

류현진은 6, 7회도 안타를 내줬지만 위기 없이 넘겼다. 6회는 안타 이후 삼진과 뜬공으로 이닝을 마쳤고, 7회도 1사 후 리리아노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후속 카메론 메이빈을 투수 병살타로 잡아내 이닝을 마쳤다.

타선도 힘을 내줬다. 8회 후안 유리베의 적시타를 시작으로 대거 4점을 뽑아줬다. 8회말도 투구를 준비하던 류현진은 편안하게 대타로 교체돼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이 주루를 참았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한 순간의 득점보다 길게 본 것이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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