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민병대, 美대사관·정부건물 장악(종합2보)

美대사 "공관 내부 약탈 안 당해"

리비아 민병대가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미국대사관과 자국 정부 건물 대부분을 장악했다.

리비아 과도정부는 트리폴리의 정부 청사가 안전을 되찾을 때까지 다른 곳에서 업무를 보겠다고 밝혀 정국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비아 과도정부와 현지 보안 소식통들은 31일(현지시간) 트리폴리 주재 미국 대사관과 다수의 정부 청사 건물이 민병대에 점령됐다고 밝혔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23일 트리폴리 공항 등을 장악한 이슬람계 민병대 연합 '파즈르 리비아'(리비아의 여명)는 이날 새벽 미국대사관 단지에 들어가 주요 건물을 점거했다.

앞서 무장단체 간 충돌로 리비아 치안이 악화하자 미국 국무부는 지난 7월27일 트리폴리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고 모든 직원을 인근 튀니지로 대피시켰다.

민병대 측은 현재 비어 있는 미국대사관의 약탈을 막기 위해 대사관 구내에 진입해 일부 건물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무장한 남성들이 대사관 단지 내 수영장에서 다이빙하거나 수영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가 인터넷에 올라오는 등 미국 대사관이 사실상 습격을 받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파즈르 리비아'의 무사 아부 자키아 사령관은 자신들이 트리폴리공항을 장악한 다음 날 미국 대사관 단지를 관리해 온 세속주의 성향의 진탄 민병대를 몰아냈다고 밝혔다.

하산 알리 사령관은 진탄 민병대를 쫓아내기 전 소규모 교전이 있었으며 "대사관 단지에 진입해 최대한 이 일대를 보존했다"고 말했다.

익명의 민병대원도 "미국대사관 직원에 트리폴리로 복귀하라고 요청했다"며 "그들(대사관 직원들)이 귀환할 때까지 여기에서 대사관을 보호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대사관 단지는 철조망이 처진 외벽에 포탄 파편 흔적이 있고 창문이 일부 깨진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등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현재 몰타에 머무는 데보러 존스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도 트위터를 통해 민병대가 진입했지만, 대사관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으며 약탈도 당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트리폴리 주재 정부 건물 대부분도 이날 민병대에 점령당했다고 dpa통신은 보도했다.

리비아 과도정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 청사와 산하 기관이 무장 세력에 장악되면서 이 건물들에 대한 접근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또 "국가 건물들이 안전을 회복할 때까지 정부는 리비아의 다른 도시에서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트리폴리 서부지역에서는 민병대 간 전투가 계속됐다. 교전 지역이 점차 트리폴리 외곽으로 이동하는 상황이지만 치안 불안이 커지면서 시내에는 거의 인적이 끊기고 상점들도 무장강도를 우려해 철시했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장기 독재정권 붕괴 이후 취약한 경찰력과 군을 대신해 민병대가 주요 외교 시설의 치안 등 대부분의 법 집행을 담당하고 있다.

리비아 과도정부가 치안 회복을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이슬람계와 비이슬람계 민병대 세력의 충돌과 이권 다툼으로 트리폴리와 제2의 도시 벵가지 등에서는 유혈 충돌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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