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한전부지, 과연 황금알 낳는 땅일까

만질수록 불거지지만 지나친 과열은 어느 쪽에도 불리 전망

국내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는 강남의 한전부지를 놓고 이미 치열한 샅바싸움은 시작됐다.

과연 10년간 10조원 이상의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하는 한전부지가 황금알을 낳는 자리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소 10조원 이상이 투입돼도 상업 목적이라면 2조원 정도의 손실이 날 것이라는 한 컨설팅업체의 분석도 있지만 꼭 장밋빛 환상만 가져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여기에 ‘단군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며 호들갑을 떨다 지난해 결국 사업이 무산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경우를 상기시키며 ‘냉정함’을 필요로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주주들에게 ‘한전부지를 꼭 쟁취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득력있게 설명해야 하고 그것이 넘어야 할 최대 난제일 수 있다.

한전부지는 감정가만 현재 3조 3천억 원에 이른다.

용적률 800%에 지상과 지하를 합쳐 총 연면적 30만평 규모로 짓는다고 가정할 경우 공사비는 3.3㎡당 1천만 원 씩 적용하더라도 건축비만 3조 원가량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에 기부채납 해야 하는 규모가 40%로 약 1조3300억 원 정도가 추가된다.

취득세·등록세와 각종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한전부지 개발에 필요한 자금은 10조원을 가뿐히 뛰어넘을 가능성이 충분하며 인근 부지까지 사들여 충분히 개발해야 한다면 감당해야 할 액수는 더 치솟는다.


여기에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처럼 인허가 과정 지연으로 뒤늦게 늘어나는 투자비는 계상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투자한 만큼 그 이상의 수익을 뽑아내야 하는데 벌써부터 나오는 2조원 손실 전망은 건물 분양수익이 8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추정에 따른 것이다.

◈ 현대차는 분명한 목적, 삼성은 아직 '히든카드'

삼성그룹은 한전부지와 관련해 입찰 참여 여부를 비롯해 그랜드 비전을 아직 시원하게 내놓지는 않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2020년까지 현대차 계열사들이 입주할 수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짓겠다고 목적성을 분명히 밝혔다.

자금조달에 있어 삼성은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내세워 한전부지 입찰에 참여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7조원대로 떨어졌고 하반기에도 실적 반전이 이뤄질 가망이 현재로서는 없어 보인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이미지와 어떻게 연관을 지을 것인지, 얼마나 수익을 낼 것인지 하는 부분이 끝까지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단독으로 입찰에 뛰어들거나 삼성처럼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를 동원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부지 인수비용을 대는 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 역시 영업이익이 두 자릿 수 감소율을 그리고 있는 것이 무거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고가 입찰 방식의 한전부지를 놓고 누가 1원이라도 더 써내서 가져갈지 마지막까지 예측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마침내 본격적인 경합이 붙어 과열될 경우 천정부지로 가격이 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베팅할 어느 쪽도 ‘승자의 저주’로 부메랑을 겪는 일이 없도록 더욱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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