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관중·열띤 응원…한국 축구, 아직 죽지 않았다

이명주가 5일 오후 경기도 부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 대 베네수엘라 축구평가전에서 동점골을 성공시킨 후 동료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윤성호 기자 cybercoc1@cbs.co.kr)
브라질월드컵 이후 첫 A매치를 준비하기 위해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지난 2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의 분위기는 결코 밝지만은 않았다.

선수들은 과거 '홍명보호' 시절처럼 무거운 정장 차림으로 등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1무2패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둔 브라질월드컵이 끝나고 폭발한 팬들의 원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성용, 이청용 등 월드컵에 다녀온 선수들의 표정은 더 무거웠고 자세는 더 진중했다.

모두의 마음은 같았다. 축구 팬들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팀은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는 것 못지 않게 비장한 각오로 출범했다.

의지가 결과로 나타났다. 한국은 5일 오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친선경기에서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명주의 동점골과 2골을 몰아넣은 이동국을 앞세워 3-1로 승리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뛰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신바람을 낼 수 있도록 만든 것은 팬들의 반응이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열린 경기였지만 무려 34,456명의 관중이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축구장을 찾았다. 만원 관중이었다.

부천에서 A매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반응은 뜨거웠다. 경기 초반 손흥민이 중앙선 부근에서 단독 드리블 돌파를 시작하자 터질듯한 함성이 그라운드를 가득 채웠다. 차두리가 이명주와 환상적인 주고받기 패스를 한 뒤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 때도 어마어마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또한 팬들은 자발적으로 파도타기 응원을 펼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태극전사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대표팀 소집 당시 "선수들이 서로 희생해가며 최선을 다한다면 아직 한국 축구는 죽지 않았구나, 팬들께서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응원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한 신태용 코치의 바람이 현실이 된 것이다.

한국 축구는 이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5일 오전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선임됐고 오후에는 월드컵 이후 첫 A매치에서 승전보를 전하며 희망을 알렸다.

새로운 출발 치고 이 정도면 결코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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