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달리는 원달러-원엔 환율…우리 경제 영향은?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들이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다.(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서울 외환시장이 혼란스럽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과 지정학적 위기 고조 등으로 달러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반대로 엔화 가치는 일본 정부가 돈을 '뿌리듯' 하다보니 원화보다 더 크게 하락하는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11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9원 급등한 달러당 1036.10원에 장을 마쳤다. 다음 날인 12일 달러화가 유로화 가치에 눌리면서 환율이 0.8원 내렸지만, 장이 다시 열리는 15일에도 1040원선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원·엔 환율은 12일 100엔당 965.56원까지 내려가는 등 급하강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원엔 환율이 내년에는 800원 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 약세는 1년 반 이상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달러 가치가 오르는 것은 16~1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 성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에 흩어졌던 달러화가 오른 금리를 따라 본국으로 돌아가고,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원·엔 환율은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일본 정부가 계속 돈을 풀고 미일 간 금리 차이를 이용해 엔화를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상황 때문에 내려가고 있다. 최근 아베 신조 총리와 회동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물가 상승률 2% 달성이 어렵다면 (양적완화 등) 추가적 완화조치 시행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달러의 가치는 높아지는 반면 엔화의 가치는 낮아지는 디커플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가치에 따라 우리 경제가 받는 영향은 어떨까.

일단 원·달러 환율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이 올라가긴 하겠지만, 터키와 인도네시아 등 다른 신흥국 통화들처럼 가파르게 원화가치가 떨어질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현 국면이 2008년 같은 금융위기 상황이 아닌 만큼, 달러화가 빠져나간다고 해도 정도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은 또 경상흑자를 내는 등 경제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튼튼하기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원화의 가치가 나름대로 인정받고 있다.

박형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신흥국에 있던 달러화가 빠져나간다는 말이 곧 달러화가 몽땅 본국으로 간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일종의 투자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이루어지는데, 이때 한국이나 대만 등 상대적으로 건실한 국가로 달러가 옮겨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원·엔 환율의 변화는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기업 입장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1년 반 정도 지속된 엔화 약세 덕분에 일본 기업의 수익성은 이미 상당히 좋아져 있는 상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뒤 브리핑에서 "일본기업이 호전된 수익성을 기반으로 앞으로 공격적인 마케팅 나선다거나, 본격적인 가격경쟁 나선다면 수출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 미칠수있다고 판단한다"며 "엔원 환율을 우리가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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