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GC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CJ 레슬리(23, 203cm)가 13일부터 시작된 일본 전지훈련에 첫 날부터 정상적으로 참석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지난 9월11일이 레슬리 부부의 첫 아이가 태어날 예정일이었기 때문이다.
레슬리의 부인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구단 관계자들도 레슬리가 부인의 출산을 곁에서 보기 위해 미국으로 떠날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레슬리는 정상적으로 전지훈련에 임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레슬리는 KGC인삼공사가 지난 7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2라운드 지명권으로 뽑은 선수다. 그는 미국에서 최정상급 고교 선수들만 초청받는 맥도널드 올-아메리칸 출신이다. 카이리 어빙, 켄달 마샬, 해리슨 반스 등 지금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고있는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한 농구 강호 노스캐롤라이나 주립 대학(NC state University)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레슬리가 한국 무대에 진출한다는 이야기에 미국 현지 에이전트들마저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런데 레슬리는 지난 8월 초 국내에 입국한 뒤 구단으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는 못했다. 기량은 뛰어나지만 태도와 자세가 불안요소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
KGC인삼공사의 이동남 감독대행은 "보통 선수들은 자기 컨디션에 따라 경기력이 좌우되는데 레슬리는 기분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지는 기분파"라고 말했다.
이런 일화도 있다. 이동남 감독대행은 "하루는 벤치에서 가만히 있지 말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도 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일주일 전에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았냐고 반문하더라. 어리다 보니 아직 잘 모르는 것이 많고 생뚱 맞은 면도 있다"며 웃었다.
그래도 이동남 감독대행은 "레슬리가 코트 안팎에서 많이 좋아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출산을 앞둔 부인의 곁을 지키는 대신 전지훈련에 정상 참가한 것도 구단으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기 위해 결정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또한 가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BL 무대는 레슬리가 처음으로 밟아보는 해외 프로 리그다.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이제 곧 태어날 첫 아이를 부인 곁에서 지켜보지 않기로 결정한 남편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그런 상황을 상상할 수도 없다는 취재진의 말에 레슬리는 "그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평생 따라다닐 '바가지 긁기'도 각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가족 부양을 책임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팀 훈련에 먼저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우려가 더 많았던, 레슬리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