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긴장감' 허웅, 아버지 허재를 지나 동부로

고려대 이승현, 전체 1순위로 고양 오리온스행

추일승 감독과 고려대 출신의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선수가 된 이승현 (사진 제공=KBL)

고려대 출신의 최정상급 유망주 이승현(22·197cm)이 고양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는다. '농구 대통령' 허재 전주 KCC 감독의 첫째 아들인 허웅(21·185.2cm)은 KCC의 순번을 지나 바로 다음 순번인 원주 동부의 호명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17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진행된 2014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울산 모비스와 창원 LG를 제외한 8개 팀들을 대상으로 지명권 추첨을 실시한 결과 오리온스가 전체 1순위의 행운을 가져갔다.

오리온스는 예상대로 고려대 졸업예정자인 포워드 이승현을 지명했다.

용산고를 졸업한 이승현은 고교 시절부터 포워드 부문 랭킹 1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연세대를 꺾고 대학농구 정상에 오르면서 대학리그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고 자신은 MVP의 영예도 차지했다.

1순위 지명권을 가져갈 팀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오리온스가 호명되자 추일승 감독은 터져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비교적 담담하게 기쁨을 표출했다.


프로농구 역사상 오리온스 구단이 국내선수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승현은 프로 기준으로 봤을 때 파워포워드 포지션의 선수 치고는 장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승현은 1학년 때부터 고려대 선배들로부터 "힘 하나만큼은 현주엽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장사다. 포스트업 능력이 뛰어나고 3학년 때부터는 외곽슛도 크게 향상됐다. 경기를 읽는 눈과 센스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공교롭게도 이날 현장에는 이승현의 선배 현주엽이 TV 해설위원으로 자리했다. 현주엽은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가 처음 열린 1998년 전체 1순위(SK 지명)를 받은 바 있다. 고려대가 전체 1순위 지명선수를 배출한 것은 2000년 이규섭 삼성 코치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승현은 "고려대에서 4년 동안 있으면서 많은 영광을 누렸다. 앞으로 고려대 두목이 아니라 KBL의 두목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양 오리온스의 추일승 감독이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의 주인공이 발표되자 구단 관계자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KBL)

한편, 2순위 지명권을 가져간 서울 삼성은 연세대 출신의 센터 김준일(200.9cm)을 선택해 높이를 보강했다. 김준일은 고려대의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과 더불어 대학농구 최정상급 센터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인천 전자랜드는 전체 3순위로 한양대 출신의 '얼리 엔트리' 정효근(200.1cm)을 영입했다. 3학년을 마치고 프로 조기 진출을 선언한 정효근은 대경정산고 시절 장신임에도 포인트가드를 소화했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춘 포워드다.

연세대 출신의 허웅 (사진 제공=KBL)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전체 4순위 지명이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전주 KCC가 전체 4순위 지명권을 가져가자 장내가 술렁였다. 허재 감독도 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긴장감을 높였다. 연세대 3학년을 마치고 프로 진출을 선언한 첫째 아들 허웅이 뽑힐만한 순번이었기 때문이다.

허재 감독이 4순위 지명 발표를 위해 단상을 향해 걷기 시작하자 장내가 또 한 차례 술렁였다. 그러나 허재 감독은 고려대 출신의 슈터 김지후(187cm)를 지명했다. 그 순간 현장은 탄성과 함께 알 수 없는 묘한 소리들로 가득 찼다.

허웅은 곧바로 5순위로 지명됐다. 원주 동부의 김영만 감독은 4순위 지명이 끝나자마자 단상에 올라 허웅의 이름을 호명했다.

허웅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이제 허웅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내 가치를 증명해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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